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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꿀벌은 꽃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최종수정 2020.02.12 13:13 기사입력 2008.01.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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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의식이 풍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인심도 예절도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될 때 가능합니다. 생활에 여유가 없으면 예의 범절이나 도리도 기대할 수 업습니다. 때문에 누구나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기를 원합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해인 2001년의 우리경제는 유난히도 어려웠습니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높은 실업률에다 고용불안으로 허덕이며 한해를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때 탤런트 김정은의 한마디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BC카드가 그녀를 내세워 한 광고 "여러분, 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 꼭이요"이라는 광고였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낀 채 뒤뚱거리며 눈밭을 뛰어다니는 김정은의 모습은 천진한 아이 그 자체 였고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꿈을 가졌습니다.

이 광고는 그해 12월29일부터 2002년 1월2일까지 단 5일 만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새해 최고의 유행어가 됐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덕담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어린이와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새해 인사말이 됐습니다. 지친 국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광고카피로 통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자 되세요"는 순식간에 "안녕 하세요", "건강 하세요"를 능가하는 국민의 새해 인사말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중국집 나무젓가락 종이 포장지 위에도 "맛있게 드시고 부자 되세요"라는 문구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그 뒤 은행과 증권회사는 "10억 만들기 펀드"등의 상품을 내놓았고 직장인들 사이에는 10억 만들기가 최고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부자가 되는 요령을 소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삼성증권이 欲速不達(욕속부달)이라는 새해의 투자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느긋하게 큰 이익을 노리라는 것입니다. 지난해는 다양한 기록을 양산하면서 신기록을 만들어냈지만 새해에는 기대치를 낮추라는 권고입니다. 삼성은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이유로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신흥개도국들의 고속성장 후유증, 신흥시장의 주가버블 논쟁, 국내금리 상승 등을 꼽고 있습니다.

欲速不達은 공자의 논어에서 유래된 사자성어 입니다.

"빨리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 빨리 하려하면 일이 잘 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는 않는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마음이 조급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공자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일을 하는 사람이나, 부자가 되고자하는 사람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눈을 돌리면 큰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어느 날 해질 무렵 귤 장수 한사람이 귤을 한 짐 지고 성안으로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귤 장수는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에 도착할 수 없을까봐 몹시 서둘렀습니다. 그는 너무나 마음이 급해서 지나가던 행인에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성문이 닫히기 전에 내가 성안에 들어갈 수 있겠소?"

"좀 천천히 걸으면 성안에 들어갈 수 있지요"

그는 행인이 자신을 조롱하는 줄 알고 화가 나서 더욱 빨리 걸었습니다. 그러다 그만 발을 잘못 디뎌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귤이 땅바닥에 쏟아져 귤은 여기저기 굴러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땅거미가 지는 한길에서 귤을 하나하나 줍느라 결국은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청나라 때 마시방이라는 사람은 朴麗子(박려자)라는 책에서 이 같은 재미있는 얘기를 통해 欲速不達의 이치를 말했습니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회장의 생가를 방문하는 사람이 새해부터 북적인다고 합니다. 1월1일 하루에만 773명이 방문해 부자의 기운을 받아갔다는 것입니다. 생가 관리소장은 많은 방문객들이 안채 마루 끝기둥을 만지거나 안으면서 "부자 되게 해 달라", "사업 잘 되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부자가 더 많이 나오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해에는 그러나 빌게이츠처럼, 워런 버핏처럼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하는 부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성공시대를 연출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드는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권인수위도 제대로 챙겨 새로운 정부를 준비하되 작은 이익보다는 큰일을 보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후배의 연하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꿀벌은 꽃에서 꿀을 따지만 꽃에는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는 군요

오히려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共進化(공진화) 정신이 있다고 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가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부자, 권력을 잡았으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정권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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