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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서버 운영자 "서버운영은 게이머들의 로망"

최종수정 2007.12.24 12:56 기사입력 2007.12.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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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설서버 운영자 단독 인터뷰
 
"죄책감이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만 즐길 뿐이죠."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의 말이다. 불법 서버문제로 게임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불법서버 운영자들은 이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최근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 46명이 국내에서 처음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를 만나 서버 운영의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불법 사설서버 운영자인 김지호(가명, 서울 방배동)씨는 올해 32세로 10년가까이 IT업계에서 일해 온 정통 프로그래머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리니지, 뮤, RF온라인 등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의 사설서버를 구축해 운영하고 지인들에게 불법 사설서버 이용에 필요한 클라이언트를 무료로 배포해 왔다.
 
불법서버는 일반적으로 '프리서버, 미러서버, 사설서버'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나 이러한 서버운영이나 프로그램 배포는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그가 불법까지 저지르면서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이유는 예상과는 다르게 ‘돈’이 아닌 '재미와 명예' 때문이었다. 
 
그는 “불법 서버를 운영해서 돈을 번 적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불법 서버 운영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돈이 없어 정액 요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기는 것 뿐, 그 외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죄책감이나 업체에 대한 미안함도 들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 불법 사설 서버 구축‘이렇게 진행된다’=실제 불법 사설서버 구축은 마음만 먹으면 10분만에도 ‘뚝딱’ 구축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서버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게임서버를 입히면 이때부터 클라이언트 배포가 가능하고 데이터베이스(DB) 수정만 하면 클라이언트 이용자들의 요구대로 뭐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법 사설서버 구축을 위해선 서버코어가 필요한데 이 서버코어를 획득하려면 해당 게임업체의 정식서버에 침입해 서버코어를 빼 내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IP추적 등이 가능해 쉽게 검거될 염려가 있어 국내 프로그래머들은 이같은 행위를 저지르지 못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서버코어는 해외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국내로 유통된다. 

서버코어를 획득한 해외 프로그래머는 소스를 보내주는 루트인 ‘소스포즈’라는 공개 사이트 등에 서버코어를 올리고 이를 다운로드 받은 국내 프로그래머들이 서버를 구축해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클라이언트를 배포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외 프로그래머들이 올려놓은 사설서버 설명서는 대부분 중국어가 많은데 이를 한 한국인이 번역해 올리면 다른 사용자들이 공용해 이 설명서를 이용, 서버 구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불법사설서버로는 4000만원 상당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해 온 무인서버, 200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제작, 판매해 온 스카이서버, 컴퓨터 5대로 교체하면서 사용해 300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제작, 판매해 온 지니서버, 200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제작 판매해 온 웅이/영혼 서버 등이다.
 
김씨는 “해외에서는 IP노출이 잘 안되고, 대부분 공개형 서버에 소스를 올리므로 누구도 추적할 수 없다”며 “인터폴에 의뢰해 서버코어를 빼돌린 운영자를 잡을 확률은 매우 낮고, 걸릴만하다 싶으면 바로 팀을 해체해 다른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 사설서버 운영은 인맥관리가 최우선"이라며 "사람 수가 많아지면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대부분 소규모로 진행되고 게임업체들에게 발각되도 경고만 줄 뿐 크게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게임업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유명 온라인 게임의 불법 사설서버가 성행하는 데는 게임업체들의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한 몫하고 있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데모 등으로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도록 맛보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이같은 맛보기 기능이 없이 바로 정액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액제 요금을 지불했는데 게임이 재미없으면 게임업체들은 일부 요금을 제외하고 돈을 돌려주는데 이럴 경우 게이머들은 재미도 없는 게임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 때문에 불법 사설서버를 이용해 게임을 테스트해보고 재미있을 경우 정상적인 게임서버로 이동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1시간 무료 이용권 등을 통해 게임을 맛보기하게 할 수 있다면 불법 사설서버는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이 이같은 요구를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불법 사설서버를 통해 게임을 맛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액 요금제 정책을 이용하던 MMORPG 게임 ‘RF온라인’은 게임을 무료화하고 정액제 대신 아이템을 캐쉬화하는 정책으로 변경한 후 불법 서버가 모두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시접속자수가 많지않던 이 게임은 아이템의 캐쉬화로 사용자들이 더욱 많아지기도 했다.
 
▲불친절한 운영 ‘불법서버 양산 부추겨’=국내 게임업체들의 불친절한 운영서비스 방식도 불법 사설서버의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불법 사설서버의 경우 소규모 업데이트 내용, 서버 수정 내용 등을 일일이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국내 게임업체들의 정식 서버는 업데이트나 서버 수정이 발생해도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서버 수정에 대한 어떠한 고지도 없었는데 소리소문없이 게임이 바뀌었다든지, 어제까지는 1인칭슈팅게임(FPS)이 표적이 잘 맞았는데 오늘은 타격감 수정으로 표적이 잘 맞지 않는다든지 등의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돈을 내는 사람은 게이머인데 실제 운영은 사용자가 아니라 회사 중심에서 이뤄지고 있어 게이머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간다”며 “이 때문에 화가 나서 불법 사설서버로 이동하는 게이머도 꽤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법 사설서버의 양산을 막기위해 게임업체가 서버 보안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씨는 “불법 사설서버를 방지하기 위해선 서버코어가 해킹당하지 않도록 게임업체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중국 게이머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서버코어를 빼낼 수 있는데, 서버코어가 한번 해킹당하면 그 게임은 평생 불법 사설서버 운영, 구축에 시달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유윤정 기자 you@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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