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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김승연 회장 사회봉사명령 첫날..소외계층과 '동화'

최종수정 2007.12.20 14:30 기사입력 2007.12.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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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언론에 공개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얼굴빛은 차분하지만 생기가 넘쳤다.

이날 만큼은 재벌회장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소외계층과 열심히 동화하는 모습에서 지난날의 반성과 성찰의 기미가 역력했다.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풀려난 김승연 회장이 20일 사회봉사명령의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에 충북 음성 꽃동네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진눈깨비가 날린탓에 도로 결빙으로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빚어졌지만 워낙 일찍 서둘러 지각을 피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오전 9시부터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 들러 한시간 동안 오리엔테이션 등 봉사활동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이 곳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꽃동네를 자세히 소개하고 활동 일정을 영상물을 통해 안내해 주는 곳이다.

이후 10시부터 김 회장은 노인전문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사회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취재진 40여명이 몰려와 열띤 취재경쟁을 펼쳤지만 김 회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자들을 맞아 눈길을 끌었다.

노인전문요양원은 올해 새로 완공된 복지시설로 꽃동네에서는 최신 설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곳은 '웃으며 들어가 울며 나온다는' 꽃동네에서 가장 봉사활동이 힘들기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100여명의 수용된 대부분이 갈곳 없는 중증 치매나 전신 와상(臥床)노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의 누워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대소변 수발은 물론, 식사, 목욕 등 모든 일거수 일투족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회장을 만난 301호실에는 4명의 중증 치매 노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늘 수트차림만 보다 회색 스웨터에 풀색 앞치마를 두른 회장의 김 회장의 자태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김 회장은 팔순을 앞둔 강희자 할머니에게 정성드레 식사수발을 했다. 

강 할머니는 얼마전까지 노인요양원에 있다가 최근 건강이 더욱 악화되면서 노인전문요양원으로 이송됐다.

김 회장은 "할머니, 천천히 드세요"라며 친근한 말투로 갈은죽을 계속해서 입에 넣어줬다.

그의 진중한 표정은 올해 초 보복폭행사건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 보였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 사회봉사활동의 시작이라 할말이 많지 않다"며 운을 뗀 후"이곳에 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만큼 봉사활동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며"경영에 복귀해서도 
그룹의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계속해서 소외된 분들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꽃동네측에서 제공한 간단한 점심을 마친 후 천사원 장애아동 보육시설에서 오후 일정을 강행했다.  

노인전문요양원을 총괄하는 김수희 수녀는 "김회장께서 적극적으로 사회봉사활동에 임해 좋은 본보기를 남기고 있다"며 격려했다.

김 회장은 이날 9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5일간 총 45시간의 봉사활동을 벌이게 된다.

법원이 선고한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가운데 나머지는 내년 초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집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의 차후 사회봉사활동 일정은 법무부 보호관찰소측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날 함께 동행한 서울보호관찰소 황계연 사회봉사 집행팀장은 "향후 봉사활동 장소는 보호관찰소에서
우선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그러나 당사자의 여건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또 "좋은 취지인만큼 가능한한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맞추려고 한다"며"꽃동네도 김 회장이 적극 원해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화그룹측은 내년도 경영공백을 우려해 법무부에 일정을 당분간 늦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음성(충북)=김진오 기자 jo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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