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뷰앤비전] 위(僞)와 신(信)

최종수정 2007.12.20 09:30 기사입력 2007.12.19 11:40

댓글쓰기

   
 
일본은 올 한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거짓과 속임'을 의미하는 '위(僞)'를 선정했다. 식품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에서 식품, 야채, 과자, 패스트푸드 할 것 없이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하거나 원료를 속이는 수법으로 제품을 만드는 등 불량식품 파문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인의 거짓 발언과 스포츠 선수의 약물 복용 등 큰 충격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짜'와 '짝퉁' '위조' '위장'시비로 올 한해를 보낸 것 같다. 올 한해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신정아씨 학력위조 파문으로 불거진 '가짜 신드롬'이다. 스타 큐레이터와 동국대 교수,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30대중반 나이에 이뤄 낸 화려한 경력은 '미술계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미국 캔자스대학의 학사ㆍ석사와 예일대 박사라는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쌓아 놓은  공든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신씨는 또 꾸며낸 이력과 뛰어난 언변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사귀면서 거액의 대기업 후원금을 유치하고 대학의 정부 지원을 내세워 교수로 임용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우리 사회는 신씨의 가짜 학위 사건을 계기로 유명인사의 거짓 이력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 작업에 들어가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와 영화배우 장미희씨, 연극인 윤석화씨, 만화가 이현세씨 등이 위조 학력 시비에 휘말리는 등 학력에 대한 불신과 위선에 대한 자성의 기회를 주었다. 

가짜-위조 파문은 정치계에도 불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위장전입 시비로 곤혹을 치렀다. 이 후보는 그뿐 아니라 큰 딸과 아들 등 자녀 2명의 위장취업과 탈세가 밝혀져 뒤늦게 세금을 내는 소동을 벌였으며 과열된 분위기 속에 연예인들의 '위장 지지선언'까지 겹쳐 대선가도에서 '위장 후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 후보의 '거짓말 게임'은 'BBK주가 조작 사건'으로 절정에 이른다. 이 후보는 공개적으로 자신은 BBK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검찰도 '무혐의'처분을 내렸으나 일부 일간지와 월간지 인터뷰, MBC TV의 보도에서 자신이 BBK를 세웠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지고 급기야는 한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서 &47538;내가 BBK를 설립했다&47539;는 육성 동영상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의 위장 범죄는 이것만이 아니다. 명품을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가짜 명품이 판치면서 '짝퉁 공화국'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올 상반기에 단속된 것만 해도 모두 476건에 2000억원 상당에 이른다니 과히 위장-위조의 뻔뻔함이 극에 달했다.

삼성의 비자금과 차명계좌도 위장의 한 부류에 속한다. 전 법무실장의 비자금 폭로는 국민들을 경악케 했으며 대선정국의 BBK사건과 맞물려 우리 사회를 '위장의 늪'으로 빠지게 했다. 현재 삼성비자금과 BBK의혹은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다시 수사하게 됐지만 진실의 실체가 얼마나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올 한해 우리 사회는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거짓'으로 인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오늘 밤이면 우리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이 탄생하는데 선거과정에서 야기된 '진실게임'의 끝은 어디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이솝우화의 '늑대 목동'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안다. 주위 사람들을 놀려줄 생각으로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거듭 하다 보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 구분도 모호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도 잃게 된다. 그만큼 진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거짓과 위장은 자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지도자의 거짓은 자칫 나라를 타락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일본 사회가 올해의 한자로 '위(僞)'를 선정했지만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주저 없이 신(信)을 선택한 것을 보아도  '위(僞)'와  '신(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newsva.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