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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스프링복(springbok,山羊)은 속도만 생각한다

최종수정 2020.02.12 13:14 기사입력 2007.12.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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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가게 된 높은 산이었습니다. 야영을 하면서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들이 머리위에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아버지에게 질문했습니다.

"아버지 언제쯤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얘야, 그것보다는 앞을 잘보고 걸어야 한다."

올라가는 길 주위에는 빽빽하게 나무가 우거져 등산로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들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아무 설명도 없이 나침반만 내려다보며 방향을 묻는 아버지에게 화가 났습니다.
"이러다간 평생 이곳을 못 벗어날 거예요. 벌써 며칠이 지난줄 아세요? 좀 빨리 걸어야 겠어요. 발걸음을 재촉하세요."

그때 아버지는 오른팔을 뻗어 가리키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이쪽이다.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길을 걷고 있었던 거야."

두 사람은 방향을 바꾸어 한참 걸은 후에야 목적지인 산 정상에 도착하고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하산한 후 아버지가 아들을 불렀습니다.

"얘야, 시간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방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하마터면 우리는 산속에서 계속 방황할 뻔 했구나."

아버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나침반을 아들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자신의 손목에 찼던 시계를 풀며 아버지 앞에 건네며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 시계를 제가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때까지만 보관해 주십시오."

부산진 초등학교 58회 동기모임 카페에서 퍼온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스리링복이라는 산양이 있습니다. 주로 아프리카지역에 살고 있는 양입니다.

이들 양무리는 처음에는 풀을 뜯어 먹으면서 평화롭게 행렬을 이룹니다. 하지만 앞쪽의 양들이 풀을 뜯어 먹어 버리면 뒤따르는 양들이 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앞서기 위해 다툰다고 합니다.

일단 다툼을 시작하면 양들의 대열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나가는 속도역시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뒤쪽의 양들이 속력을 내어 앞으로 달려오므로 앞쪽은 선두를 지키기 위해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모든 양떼가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달려가는 힘에 의해 낭떠러지에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등산길의 아버지와 아들, 스프링복이라는 산양의 사례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2007년을 높은 산에 오르는 아들처럼 살지는 않았는지, 스프링복 산양 떼처럼 지나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12월도 중순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벌써 거리에는 송년분위기가 풍기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에 무엇을 계획했는지, 그 목표가 잘 이루어졌는지를 챙겨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물어 가는 한해를 마주하며 2007년 꿈과 희망으로 출발하던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나침반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시간 관리에만 매달리다보면 더 중요한 방향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빠르지 않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방향이 정확하다면 그것은 곧 성장의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이 막 시작되던 어느 날 이종수 현대건설사장이 한 모임에서 했던 시계와 나침반에 대한 얘기가 생각납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경기가 불투명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몇 개의 시계보다는 한 개의 나침반을 소유하고 다니자는 이종수 사장의 신년사를 생각했습니다.

시계보다는 나침반을 보면서 지금 나 자신이, 그리고 우리 회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시계는 우리의 약속, 일정, 목표, 활동을 나타냅니다. 하는 일과 시간 관리를 위한 방법이지요. 반면 나침반은 우리의 비전, 가치, 원칙과 방향을 나타내 줍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삶을 이끌어 나가는 방향을 말합니다.

스티븐 코비는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고 왜 그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을 역설합니다. 시계보다는 나침반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앞에는 항상 두 갈레의 길이 있습니다. 한 길은 행복한 삶을 향한 길이고 다른 한길은 슬픔으로 점철된 비극적인 삶의 길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길을 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길을 택하기 위해 새해가 되면 새로운 포부를 갖게 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결심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한해를 마무리 할 때가 되면 아쉬움을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한해를 맞게 됩니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합니다. 특히 기업들은 이맘때면 새해 경영전략을 다듬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정권을 잡는데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또 그들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겠지 하고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런 때일수록 시계보다는 나침반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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