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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애첩보다 부하가 우선이다

최종수정 2007.12.05 10:20 기사입력 2007.12.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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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의 莊王(장왕)이 전투에 이겨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성대한 연회자리에는 문무백관을 비롯해 장왕의 후궁인 許姬(허희)도 참석했습니다. 신나는 자리였습니다. 신하와 전쟁터에 나갔던 장수들이 모두 큰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연회장은 축제분위기로 들떴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등불이 꺼지더니 장왕의 애첩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후궁이 장왕에게 말했습니다. 신하 중 한사람이 자신의 가슴을 더듬고 희롱을 했다는 것입니다. 전쟁을 치른 후라 장수중의 한사람이 아름다운 후궁을 보자 욕정을 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후궁을 희롱한 사람은 장웅이라는 장수였습니다. 후궁은 왕에게 “폐하께서는 빨리 등불을 켜게 하시고 자신을 희롱한 신하를 즉시 처형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후궁이 기지를 발휘해 자신을 희롱한 신하를 간단하게 가려낼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입니다. 희롱당하면서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아 뜯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불만 켜면 갓끈이 끊어져 있는 신하가 자신을 희롱한 것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왕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습니다. 왕은 큰소리로 "불을 켜기 전에 모두가 갓끈을 떼어 던지라"고 명령했습니다. 사소한 일로 부하 장수에게 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불을 켰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장수가 갓끈을 떼어낸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장수가 그런 무엄한 행동을 했는지 가려낼 수가 없었습니다. 희롱했던 장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3년 후 초나라는 진나라와 다시 전쟁을 하게 됐습니다.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중 장왕은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때 장왕의 후궁을 희롱했던 장웅이라는 장수는 목숨을 던져 왕을 구해냈습니다. 장웅의 용기 덕분에 초나라는 전쟁에서 다시 승리했고 장왕의 목숨도 구해냈습니다.

장왕이 말했습니다.

"나는 평소에 그대를 특별히 우대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그토록 죽기를 무릅쓰고 싸웠는가?"

장웅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3년 전 후궁에게 갓끈을 뜯겼던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그때 폐하의 온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목숨을 바쳐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려 했을 뿐입니다."

장왕의 포용력이 돋보이는 고사입니다. 장왕이 이처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던들 훗날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포용의 리더십을 말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요즘 한국사회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노라면 장왕의 리더십 스타일이 한층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동아제약 부자지간의 경영권이 분쟁이 지난달 일단락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간의 치열한 싸움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재계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당사자인 강신호회장이 전경련회장을 지낸 재계의 원로이자 한국의 제약산업을 개척한 선구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루했던 싸움은 아버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사회가 우려의 시선으로 그들의 부자를 지켜보았던 것은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서 이긴 아버지와 패배한 아들이 어떻게 처신할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강신호회장도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였습니다.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분쟁당사자인 차남 강문석씨에 대한 횡령 및 배임혐의 고소를 취하했다고 합니다. 아들을 용서키로 한 것입니다.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아들은 17억여 원을 변제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분쟁이 매듭된 후 임직원들은 고소취하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회장은 아들에 대한 용서를 택했습니다. 열손 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는 父情(부정)을 선택했으리라 봅니다. 잘 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아들을 감싸는 강신호회장의 포용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땅이지만 실상은 빈공간이 많다고 합니다. 작은 생물들의 통로, 식물 뿌리가 만든 공간을 공기가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가 오면 그런 빈공간이 흙으로 채워져 더 단단해 집니다. 이를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강신호회장의 가정과 동아제약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사랑의 체험"을 다시 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포용을 잊은 듯한 어수선한 우리사회에 ‘포용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입증시켜 주는 사례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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