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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냐, 컨테이너박스냐' 기로에 선 과학신동

최종수정 2007.12.05 09:38 기사입력 2007.12.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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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가면 5만 달러를 지원해준다면서 이 땅에서 공부하겠다는 아이에게는 겨우 컨테이너박스가 전부인가요."
 
'과학신동' 송유근(10ㆍ인하대 자연과학 계열 2ㆍ사진)군이 제도권 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재의 과학영재 프로그램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 군의 어머니 박옥선(48)씨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근이는 좋은 점수를 받고 유학을 가서 엘리트가 되려고 대학에 간 것이 아니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학에 갔는데 한국의 과학영재 교육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틀 안에 아이를 가둬두려 하고 있다"고 이론 위주의 교육시스템에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송군은 여덟살에 고입검정고시, 대입검정고시에 잇달아 합격한 뒤 물리학, 영어, 수학 등 정규교육과정을 독학했으며, 2005년 인하대 2학기 수시모집에 국내 최연소 나이로 합격했다. 

송군은 인하대 2학기 수시모집 '21세기 글로벌 리더 전형' 사례로 자연과학 계열에 응시, 심층 면접고사에서 슈뢰딩거 방정식과 양자역학 등에서 뛰어난 재량을 보였다.

성적도 2006년 1학기 3.8(4.5만점)점을 얻어 표면적으로는 대학생활에 잘 적응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송군은 연구와 실험에 큰 갈증을 느껴왔다고 한다. 

연구실에서 창의적인 연구에 매달릴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에 적잖이 실망했다는 것이다.

송군의 어머니는 "유근이가 착실히 수업을 듣다보면 좋은 점수로 졸업을 할 것이고 국가 예산으로 유학을 갔다 와서 대학교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유근이가 꿈꾸는 삶이 아니다"면서 "유근이는 대학에 가면 연구실에서 실컷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강의실에서 이론을 배워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하소연하곤 했다"고 말했다.

송군이 학교교육에 실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하대학교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인하대측은 "송군이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면서도 "송군은 기초가 약하기 때문에 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초 학문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실기 중심의 수업을 원하는 송군 가족과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송군 부모는 학교 밖에 개인 연구실을 차려놓고 아들의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말이 연구실이지 사실은 컨테이너박스다. 

송군의 어머니는 "유근이가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에 부탁해서 컨테이너박스를 구해 공터에 설치했다"면서 "하지만 연구기자재를 구하는 일은 가족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근래 송군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20세기 초에 탄생한 양자역학을 양자과학의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얽힘(entanglement)' 개념을 규명하는 것이다. 하버드, MIT 등 유수의 대학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양자역할 얽힘 현상을 연구하려면 고급기자재와 장비가 필요하다.

결국 가족들은 기업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송군 어머니는 "기업들은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할 것이 아니라 유근이처럼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에게 장비나 실험실을 대여해줘서 인재를 키우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이론이 필요하다"는 학교측과 "강의실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는 가족의 입장이 맞서면서 과학신동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일로 인하대에서 자퇴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과학 영재교육시스템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송군과 송군 가족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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