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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걱정 없는 나라…호주 퇴직연금 들여다보니"

최종수정 2007.12.04 17:23 기사입력 2007.12.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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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활성화가 금융시장 발전 촉진

호주 맬버른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톰 락탐(남, 42세) 씨는 특별히 노후대비를 하지 않아도 걱정이 없다. 그는 회사에서 지정한 산업연금 중 하나에 가입했는데, 회사에서 매달 급여의 9% 가량을 내주고 본인은 이보다 적은 액수를 불입하고 있다. 락탐 씨는 퇴직 후 현재 수입의 65%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한식당을 운영중인 김모(남, 53세) 씨는 호주 영주권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대뜸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기 좋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나라(정부)에서 나오는 노령연금(Age Pension)으로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하고 퇴직연금(Superannuation)으로는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손자들 간식 사주는 재미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살기좋은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호주. 무엇보다 복지제도가 잘 발달된 국가라는 점에서 호주의 퇴직연금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이 되고 있다. 우리보다 20여년 앞서 의무화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생활이 안정된 것은 물론 증권과 자산운용 시장이 크게 발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 연금제도 의무화로 사회적 비용 경감 = 지난 90년대 들어 호주 정부는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공적 연금만으로는 이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는 노령연금과는 별도로 퇴직 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을 마련하고, 근로자를 고용하는 회사(사용자)가 통상 임금의 9% 가량을 연금으로 납부하도록 강제화했다. 
   
 


물론 사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호주 정부는 이들 기업에게 연금부담을 상쇄할 만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위반시에는 엄격히 추징하는 방법으로 제도 활성화를 유인했다. 

사측과는 별도로 개인들은 선택적으로 퇴직연금을 추가 불입할 수 있다. 특히 호주는 소득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할 정도로 국민들의 세(稅) 부담이 높지만, 퇴직연금 납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15%의 최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퇴직연금 제도를 의무한한데 따른 단점도 나타났다. 연금이 확대되면서 호주 국민들의 저축률은 아시아권 다른 국가에 비해 점차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주 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계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해지면서 국민들의 소비를 억제하고, 이것이 호주의 경제성장을 다소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 연금 활성화가 금융시장 발전 이끌어 = 퇴직연금이 의무화되면서 자산운용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히 증가하더니, 이 막대한 자금은 다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되면서 전체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호주금융건전성감독국(APRA)에 따르면 90년대 들어 급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 해 1조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올 들어서는 호주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펀드 시장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조990억달러에 달해 미국과 룩셈부르크,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라섰다. 

호주투자ㆍ금융서비스협회(IFSA)의 존 오쇼네시(John O'Shaughnessy) 부회장은 "전체 자산운용업계 자금의 80% 가량은 퇴직연금 상품들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며 "이들 펀드는 호주 자산운용업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을 뿐 아니라 호주증시를 부흥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자본시장 통합, 자산운용의 질 높여 = 퇴직연금 시장의 확대 속에 2001년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이 제정되면서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이 하나로 통합되자 이들은 말 그대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운용사에 따라 전문적인 운용만을 전담하는 회사와 특정 분야의 자산운용에만 집중하는 회사 등으로 세분화되는가 하면, 아예 사무관리, 투자자문 등의 서비스를 겸하는 곳도 생겨났다. 

각 운용사의 연금 운용기법과 판매방법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차별화됐다. 

일례로 보험사로 출발한 AMP그룹의 경우 호주 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파이낸셜 플래너(Finacial Planner)들을 판매인력으로 활용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만 약 1870여명의 FP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연금 및 보험상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현재 호주 퇴직연금 시장의 17.6%를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호주 내 가장 큰 산업기금이자 대학교와 연구소 근무자들을 위한 퇴직연금 운용사인 유니수퍼(UniSuper)는 수탁고가 지난 2000년 89억달러에서 올 상반기 237억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이 회사의 폴 멀피(Paul Murphy) 수석매니저는 "자산 투자와 고객서비스, 마케팅, IT 관련시스템 등 모든 역할을 회사 내에서 직접 하고 있다"며 "초창기에는 공적 기금의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정부의 지원을 전혀받지 않는 독립적인 펀드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멜버른=조인경 기자 ikjo@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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