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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험생 낙인찍는 수능등급제

최종수정 2020.02.01 22:20 기사입력 2007.12.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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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흔히 요즘 수험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돼지고기냐고. 수능 등급제의 처절함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은 새삼 등급제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게 누누이 등급제의 무서움을 이야기했건만, 이제 당사자가 되니까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린다.

 교육부가 수능 등급제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결코 학습의 부담감이 줄어든 것이 아님을 사교육업자(?)들이 그토록 등급제의 무서움을 경고했건만 꿈쩍하지 않다가 현실로 닥치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히려 경고했던 그들인 사교육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1점이 낮으면 목표 대학에서 학과를 조정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1점이 낮아 등급이 바뀌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목표 대학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허무맹랑한 것 만은 아니다. 이는 단순히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것이다. 

어디 한번 따져보자. 1과목 만 빼고 만점을 받은 학생이 그 한 과목이 2등급이고, 어느 학생은 전과목이 1등급 커트라인에 걸리고 하면 과연 누가 우수한 학생인가? 객관적으로 보면 전자가 우수한 학생이다.  

사실 등급제 도입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수능에 의한 사교육비 증가와 수능점수의 대학서열화였다. 이런 배경 하에서 정부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대학의 서열화를 막기 위해서 수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대책 중의 하나가 수능등급제였다.

당시 정부가 말하는 수능등급제 장점은 바로 1, 2점 차이의 경쟁이 사라져서 서열화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굳이 더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아도 적당히 높은 점수를 받으면 상위등급이 되니 치열한 경쟁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수능점수 1, 2점 차이가 그대로 1, 2점차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등급점수를 적용하여 그 1, 2점이 8점까지 차이가 난다. 그 점수가 등급을 나누는 경계지점에 위치할 경우에는 1, 2점 차이가 등급을 나누게 되고 그 차이는 논술이나 내신으로 만회할 수 없는 차이가 되어 버린다. 

또한 대학의 서열화란 1, 2점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요인이 큰 것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등급제로 점수의 서열화와 대학의 서열화를 막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학입학제도로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왜 경쟁이 나쁜가. 왜 사교육이 무조건 나쁜가. 오늘날 위대한 대한민국은 경쟁의 결과가 아니던가. 

앞서 말한 바처럼 등급제 수능 아래서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은 피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적당히 전과목에서 잘한 학생은 이익을 보게 된다. 

이는 그동안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을 간다는 정부의 기조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현대의 사회는 각 분야별로 어떤 특성화된 인재를 요구하는 것이지 고른 능력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느 과목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이 다른 과목을 못해서 피해를 본다면 과연 그것이 국가에 이익이 될까? 

왜 서열화가 나쁜가. 왜 경쟁이 나쁜가. 우리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경쟁에서 조국의 발전이 오지 않는가? 꼭 수능을 등급으로 하고 논술로 동점자를 판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모든 대상은 세밀하게 평가 받아야할 권리가 있다. 도매금(都賣金)으로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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