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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에너지 가격 인상 딜레마

최종수정 2007.12.04 09:45 기사입력 2007.12.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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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통제 정책 탓 국고 부담 급증
빈민 가정에 경제적 타격..가격 인상 어려워

겨울이지만 인도 델리 뒷골목의 가난한 집은 추위가 두렵지 않다. 격주로 값싼 등유 11ℓ가 배급되기 때문이다. 빈곤층 가구마다 ℓ당 9루피에 등유를 살 수 있다. 시장가격인 25루피의 33%에 불과하다. 국제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빈민 가정에 할당되는 등유 가격은 지난 몇 달 동안 오르지 않았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크는 인도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12월 7일자에서 보도했다. 국고 부담 가중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빈민층에 타격이 생길 수 있어 쉽사리 결정하지 못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8개 개발도상국을 조사해본 결과 그 중 3분의 1에서만 시장원리에 따라 연료가가 정해지고 있다. 예멘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쓴 예산이 보건·교육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인도도 급등한 국제 유가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애썼다. 보조금 지급과 채권 발행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통제한 것이다.

인도는 등유와 액화천연가스(LPG)에 대해 보조금을 직접 지급한다. 국영 정유업체들이 임의로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디젤유 같은 다른 에너지 값 인상도 억제했다. 국영 정유업체들은 정부가 보증한 오일 채권 덕에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인도 정부의 부담은 그만큼 늘 수 밖에 없다. 인도의 에너지 보조금 규모는 올해 최대 17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규모다. 

값싼 등유는 도시 빈민가와 농촌 지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경제적으로 좀더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가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로 인해 오히려 등유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보조금이 지급된 등유가 빈민층 가정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상당량의 등유가 암시장으로 흘러들어 고가에 팔리거나 ℓ당 30루피인 디젤유와 섞여 판매되기도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 가격 인상 시도가 폭동과 혁명을 낳기도 했다. 2005년의 예멘, 2000년의 나이지리아, 1998년의 인도네시아가 좋은 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발표된 에너지 가격 10% 인상안으로 사회 불만이 고조되기도 했다.

박병희 기자 nut@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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