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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한국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최종수정 2016.12.26 12:38 기사입력 2007.12.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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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6일 일본 오사카.

한ㆍ일여자골프국가대항전을 앞둔 한국팀의 숙소 앞에서 때 아닌 '월드컵 박수'가 이어졌다. 1, 2회 대회에서 연거푸 참패를 당한 한국 선수들이 적지인 오사카에 입성해 우승을 다짐하면서 재차 단합을 과시한 것이다. 

한국팀은 사실 걱정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은 물론 매치플레이라는 익숙지 않은 경기 방식이 부담을 더했다. 

한국은 또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집결한 반면 일본은 구기종목 출신인 주장 오카모토 아야코의 뛰어난 지휘력 아래 홈코스라는 이점까지 있었다. 

'맏언니' 고우순은 그러자 이날 저녁 모임에서 화끈한 열창으로 선수들의 서먹함을 풀어줬고, 끈끈한 유대감을 다져 나갔다. 

이에 비해 일본팀은 오히려 내분에 휩싸였다. 상금왕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에이스' 후도 유리가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스승의 감정 싸움에 휘말려 대회 직전 느닷없이 불참을 선언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한국팀이 '배수지진'을 치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순간 일본팀은 이미 패배의 길을 걷고 있었던 셈이다.

올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졌다. 2002년의 대승 이후 4승1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한국은 주장 김미현까지 "이제는 한국이 한 수 위"라며 "앞으로 일본에게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김미현은 대진표를 짜면서도 경기의 흐름을 예측하기 보다는 나이순으로 원하는 티타임을 선택하라는 안이한 자세를 나타냈다. 

이는 첫날 성적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가장 나이가 어린 지은희와 안선주, 신지애는 맨 마지막 조로 밀려나 일본의 정예 멤버인 우에하라 아야코, 요코미네 사쿠라, 요네야마 미도리와 맞붙었고 줄줄이 연패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에이스'의 출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단합을 깨뜨렸다는 사실도 똑같았다. 

박세리는 렉서스컵의 아시아팀 주장을 맡아 일정이 겹친다는이유로 출전을 고사했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흥행'을 이유로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팽팽한 신경전은 대회 직전까지 계속됐다.

박세리의 억지 출전은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박세리는 비록 부상 투혼을 발휘하면서 1승을 따냈지만 통상 1라운드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제외하는 전략은 일찌감치 봉쇄됐다. 

첫날 무려 10오버파를 치며 18타 차의 대패를 당한 송보배를 예비 선수 부재로 최종일에도 그대로 기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일본 선수들은 반면 전에없는 단결심을 과시했다. 한국을 2점 차로 리드한 뒤에도 해가 질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고, 한국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절치부심했다. 

선수들은 마치 전장에라도 나가는 양 '필승'이라는 머리띠를 동여맸고, 손에는 일장기가 들려 있었다. 이번에는 일본팀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순간 한국팀이 이미 패배의 길을 걷고 있었다.

후쿠오카(일본)=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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