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뷰앤비전] 은행의 위기와 탈출구

최종수정 2007.11.27 11:40 기사입력 2007.11.27 11:40

댓글쓰기

   
 
최근 어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한 은행의 최고책임자의 발언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는 고사하고 거의 제로수준에 가깝다는 언급 때문이었다. 

비록 시중은행이 아니었고, 또 극단적인 사례였겠지만 요즘 은행권 분위기가 심상찮은 건 분명해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순이자 마진은 2005년 2.8%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 올 2분기에 2.5%까지 떨어졌다. 벌써부터 역마진 운운하며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내세우며 샴페인을 터뜨렸던 게 무색해질 정도다.

주택담보대출로 대표되던 가계대출은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확실히 꺾였고 증권사 CMA와의 경쟁에서도 많은 고객을 잃었다. 여기에 조달금리의 상승까지 은행 경영여건을 압박하고 있다.

맥빠진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은행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부분 시중은행 주가는 연중 최고가에 대비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빠졌다. 

확실히 지금의 은행은 위기다.

그러나 위기를 타개하려는 은행권의 노력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은행도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 대신 '신의 직장'이라는 명성만 여전하다.

무리하게 금리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나 타개책이라며 너나없이 서민금융 진출을 선언하고 증권사 신규설립에 나서겠다는 등의 붕어빵같은 대책들 속에 신선함이라곤 없다.

모두가 리딩뱅크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산이나 순이익 규모 등 덩치비교 말고 누가 진정한 '일류은행'인지 헷갈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느슨한 소유구조를 그 원인으로 꼬집기도 한다. "확실한 오너십이 있다면 이런 상황이 지속됐겠냐"고 지적하며 나아가 금산분리 철폐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언젠가 금감위원장과 은행장들의 모임에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나의 기업으로서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더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또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엔 치열한 경쟁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외환위기 10년만에 은행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시의 위기는 무분별한 부실대출 등 공격적인 경영에서 초래된 것이었다. 그 뒤 '눈물의 비디오'로 상징되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여러차례의 M&A를 통해 은행은 대형화되고 건전성도 확실히 나아졌다.

그리고 나아졌다는 안도감에서 지키기에 급급한 자세가 또다른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기업이라면 잠시도 쉬지도, 눌러 앉지도 않고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의 틀을 깨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안방에서 하는 덩치싸움으론 승부가 나질 않는다. 증권사와 보험사와의 영역다툼에서 은행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라 밖으로, 더 큰 시장에서 승부하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언론사 선배는 틈만 나면 '졸면 죽는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농반 진반이었지만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잠시 한눈을 팔게 되면 적들이 순식 간에 추월해 '내 것'을 낚아채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긴장감이 풀리고 포만감에 빠지게 되면 누구에게나 위기는 순식 간에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오성철 부국장 겸 증권금융부장 scoh@newsva.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