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끝없는 규제 '코리아 엑소더스' 초래[企業]

최종수정 2009.01.20 10:18 기사입력 2007.11.26 11:20

댓글쓰기

루이뷔통, 휠라 등 글로벌 기업에 섬유 원단을 납품하는 T사의 김모 사장(49)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 심천 특구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대를 넘나들며 공장 부지를 찾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전할 때도 '난 이 땅을 안떠나겠다'며 꿋꿋이 버텨왔어요. 그런데 이젠 인내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대구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인건비를 매년 10% 이상 올려줘야 합니다. 바이어들이 '서울 쪽에 공장을 옮겨올 수 없느냐'고 요구하지만 공장부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온통 규제 뿐이어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김 사장은 결국 기술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인건비가 한국 근로자의 6~7%에 불과한 베트남이나, 인건비는 한국의 20% 수준이면서 기술력이 비교적 나은 심천 특구를 새 공장 건설지역으로 알아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입주만 하면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숨통 조이니 남고 싶어도 떠날수 밖에..."
기업들 "규제건수 줄었다지만 규제품질은 여전"
'큰정부' 만드려는게 문제...해결책은 '작은정부'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고임금은 기업들을 해외로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코리아 엑소더스(Korea Exodus)' 현상은 섬유ㆍ컴퓨터 등 일부 업종에 그치지 않고 조선과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제조업체로 옮겨가고 있다. 결국 국내 고용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 정부의 규제가 지난해 말 8000여건에서 5025건으로 3000여건이나 감소했지만, 이는 수치상의 계산일 뿐 실제 규제건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규제분류 기준을 변경한 결과 규제 건수는 줄어들었으나 규제 자체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환경 개선과제 건의서'에서 참여정부의 '규제철학'을 비판했다. 상의는 또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룰 조성, 불합리한 제도 개선, 규제개혁 시스템 선진화 등을 제안했다.
 
반면 청와대 측은 대한상의의 건의서에 대해 "규제 숫자를 줄이라는 무조건적인 주장은 저급하고 잘못된 시장주의"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또 규제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실질적 수준이라며 과학적ㆍ합리적 분석을 내놓으라고 역설했다. 


◆불필요한 중복규제와 행정부담 줄여줘야
 
재계는 기업의 불필요한 중복규제와 행정 부담 경감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소 현장 규제에서 산업안전 규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규제는 가히 '규제백화점'이라 할만 하다는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현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은 육상과 근접해 있고 제한된 공간에서 짧은 기간 내 작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해양오염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관할기관들은 해양환경관리법상 불명확한 규정을 확대 유추 해석, 선박 또는 해양시설로 간주해 지나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현행법상 선박의 범위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명확하게 제외해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 등 절차에 따라 건조 중인 선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으나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해 중복적으로 규제를 받아 일부 업체의 경우 벌금을 부과 받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은 작은 정부

 
기업환경 개선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현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전경련은 개입과 차별에 입각한 대기업 정책,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 비대해진 정부조직과 공기업 및 준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행정복합도시ㆍ혁신도시ㆍ기업도시 건설 및 수도권 규제의 지속, 3불정책 등 정부 개입과 교육 확대 등은 모두 '큰 정부'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가 '작은 정부' '규제 없는 정부'를 지향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H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규제의 수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규제의 품질"이라며 "우리나라는 규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재량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측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건을 예로 들며 "정부는 하이닉스에게 '구리 배출 제로(0)'를 요구했다"며 "빗물이나 팔당호 물 속의 구리 함량보다 낮게 배출하라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규성·황준호기자 bobos@newsva.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