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한자리 모인 대선주자들, 분위기는 '냉랭'

최종수정 2007.11.24 21:58 기사입력 2007.11.24 19:44

댓글쓰기

대선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4일, 주요 대선주자 5명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린 전날과 다르게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했지만 대선주자들의 만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냉랭한 겨울바람을 연상케 했다.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이인제, 이회창 후보는 이날 한국노총이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한국노총이 이번 대선에서 정책연대를 할 후보를 고르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87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인 ARS 총투표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가장 먼저 도착한 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나타났다. 사진기자들이 두 후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거의 동시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 때 갑자기 후보들이 자리를 잡은 대기석이 시끄러워졌다. 이 후보와 정 후보의 경호담당자들이 서로 각자의 후보가 대기석으로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면서 순간적으로 사람들이 뒤엉키는 혼란이 벌어졌다.

혼란은 행사진행 관계자들이 두 후보의 경호원들에게 모두 빠지라고 요청한 뒤에야 정리될 수 있었다.

이후 정면에서 봤을 때 정동영 후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명박 후보,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후보들은 첫 인사를 건넨 이후로는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배포된 타블로이드형 행사 전단물을 뒤적이며 애써 대화를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동영 후보만이 간간이 옆자리의 이 위원장과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이 위원장이 정 후보와만 대화를 나누는 것에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인제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물고 순간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사진 포즈를 취할 때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문국현 후보는 끝자리에서 연신 무언가를 메모하면서 다른 후보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어 행사가 시작되고 연단에 오른 후보들은 이용득 위원장을 포함한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구호를 따라했다. 오른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구호를 따라하는 노동자대회 현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 후보가 특히 눈에 띄었다. 이날 방송사 최초로 MBC에 기자노조를 만들었던 기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정 후보답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낯설지 않았다.

연단에서 민중가요로 유명한 '임을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른 이도 정 후보 혼자뿐이었다. 다른 후보들은 구호를 외치는 동작이 왠지 어색해 보였고 노래도 따라 부르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대선후보들에게 요청하는 10개 정책을 담은 애드벌룬을 띄우는 행사가 시작될 즈음 뒤늦게 도착한 이회창 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다시 연단에서 내려온 후보들은 또다시 '침묵모드'에 들어갔다. 이명박 후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이인제 후보에게 "어디 갔다오셨나"라고 하자 "화장실에 갔다 왔다"고 한 짤막한 대화가 전부였다.

이 때 한전산업개발 노조 관계자라고 밝힌 한 사람이 이명박 후보에게 '단결, 투쟁'이라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건네며 "지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건네 받은 조끼를 입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정동영 후보의 연설에 이어 연단에 오른 이명박 후보는 당초 목 상태가 좋지않아 30초 정도의 발언으로 축사를 대신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5분 이상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뒤를 이은 이인제, 문국현 후보들도 정,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내가 바로 노동자를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라며 앞다퉈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순서대로 연설을 마친 후보들은 바쁜 일정 때문인지 하나같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텅빈 단상위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회창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연설을 한 뒤 "한국 노동자 만세"를 외쳤다.

앞서 연설한 다른 후보들의 발언이 끝나고 별다른 환호성이나 박수 없이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에 비하면 예상 외의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의 "만세" 소리를 들은 노동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함께 "만세"를 외치며 호응했다.

정경진·김현정 기자 shiwall@newsva.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