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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오보'에는 이유가 있다?

최종수정 2007.11.22 10:30 기사입력 2007.11.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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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일,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수험생들은 두터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시험장으로 가는 내내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년보다 3~4도 가량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던 것. 잔뜩 껴입은 옷을 입고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예보는 역시 믿을게 못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올해 7월말, 기상청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보가 나간 이후, 8월 내내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이 이어져 사람들은 '우산'을 다시 꺼내야 했다. 또 이 당시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만 믿고 사람들은 주말계획을 취소했으나 햇볕이 쨍쨍하게 떠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나날이 높아짐에도 불구, 기상청이 계속 오보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아보니 엉터리 싸구려 기상장비를 구입해 '오보'를 자초했던 것. 

경찰은 기상청이 일기예보용으로 사용하는 관측장비 설치 사업에서 엉터리 관측 장비를 구입해 엉뚱한 장소에 설치한 비리가 포착돼 현.전직 기상청 공무원들 10여명을 입건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5개 기상대에서 일기예보용으로 사용하는 라디오존데(고층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면서, 납품업체가 부품이 적고, 기능이 떨어지는 다른 모델을 납품했음에도 불구,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기계를 들여놨다.

이 기구를 통해 풍향, 풍속, 습도, 기압, 기온 등을 측정해  날씨예보의 기초자료로 활용해 왔다.

수사를 담당한 김승환 경정은 "원래 들여놔야 하는 비교관측시험에서 사용된 모델과 비교할 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부품 숫자가 적고, 일부 부품도 많이 빠져있는 데다가 기상자료가 적게 송신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엉터리 제품을 공급한 K업체는 사실 기상청 전직 직원들이 옮겨간 곳이기도 하다. 전 기상청 예보국장인 채모씨 등이 퇴직해  이 업체로 자리를 옮긴 후 기상청 내부 전산망에 침입해 기상청 추진사업과 관련된 공문서를 사전에 열람하는 등 비리를 공공연히 저질러 왔다.

실제 지난 2005~2006년간 K사가 기상청 외주사업 중 총 30건중 25건을 계약하고 계약가액으로 97%를 독점했다.

결국 '잘 아는 사람'끼리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날씨예보를 두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 

한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 장비 구입시 특정업체의 제품을 구입하라고  상부로부터 여러 차례 압력을 받았다"며 "기상 장비 도입에 관한 한 기상청은 비리 속에 쌓여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예보관'의 짧은 수명도 오보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기상청내 직원들은 직접적인  질타와 매일 맞딱뜨려야 하는 '예보관' 자리를 가장 꺼려한다.  

예보관들은 또 1일 24시간 근무를 3교대로 서 빡빡한 업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관 업무는 마치 군인처럼 풀 가동으로 근무하는 것과 같게 보면 된다"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근무 패턴으로 가정생활이 어려워 오랫동안 예보관으로 근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오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할 예보관들은 발령을 받고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정도까지 근무하고, 타 부서로 옮기는 게 현실이다.

이의 대안으로 전문 인력 보충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상청은 독립청임에도 불구 다른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보다도 적은 예산이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상청 내부에서도 전문인력을 보충해야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지만, 기상청에 배정되는 정부 예산이 년간 2000억 수준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기상청 관계자의 해명이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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