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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2007년판 道를 아십니까

최종수정 2007.11.19 11:40 기사입력 2007.11.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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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를 선언한 한 노 정객이 다시 출마를 선언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어느 한 분에게 구애를 펼쳤지만 그 분은 오랫동안 고민하다 정도(正道)가 아니라며 한마디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도는 '올바른 길' 또는 '정당한 도리'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 하면 맞는 말일게다.

어찌 보면 그 분이 얘기하고 싶은 속 깊은 말은 변칙이나 반칙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안을 들먹이며 자신을 합리화하겠지만 그 길이 정도가 아니란 걸 세상이 다 알아버렸으니 참으로 딱한 처지가 됐다.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길이 아닌데도 그 길을 가겠다고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현직교사가 검은 돈의 유혹에 못 이겨 시험지를 빼돌리다 들통이 나는가 하면 현직 국세청장이 취임식 날부터 부하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세기의 스캔들처럼 한동안 로맨스 파문을 일으켰던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관계는 권력형 비리의 검은돈으로 이어졌다.

길이 아닌 길을 간 그 분들은 사도(邪道)를 걸은 게 틀림없다.

얼마 전 17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국회의원들은 2차를 가지 않았다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또한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대선의 메인이벤트로 떠오른 BBK 주가조작사건은 결국 5000만 국민이 한 사람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 됐으니 이 길은 도대체 어떤 길인지 모르겠다.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파문도 한 사람의 입에 운명이 갈리게 됐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뿌려댔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불법과 탈법을 감시하고 처벌해야할 검찰이 그 당사자라는데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리에게 도란 무엇인가 하고 자꾸만 묻게 된다. 개인의 양심고백을 무기로 전근대적인 재벌의 기업윤리를 일벌백계 하겠다는 처사가 바람직한 일인지 당황스러워진다. 죽을 때까지 결코 떨치지 못할 수치스러움을 각오하고 나선  그의 뒤늦은 용기가 꼭 그런 형식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표만 연결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생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덜컥 특검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면 사리분별은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

오로지 현상만을 좇는 이들도 있다. 국민 70%가 반대하는데도 꼭 중간광고를 해야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나, 대선주자 6명 모두가 집권 땐 환원하겠다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밀어붙인 분들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는 도를 잃은 지 오래다.

자본주의의 온갖 폐습이 우리 땅에서만 증폭돼 활개를 치는 모양새다.

현재와 같이 길이 아닌데도 그 길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앞에는 소름끼치는 미래만 남을 뿐이다.

정치와 경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람답게 사는 성숙된 시민사회로 가야 한다. 나를 속이고 남을 속여서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파리가 말 등에 붙어 천리를 달리면 뭣하고, 담쟁이 넝쿨이 나무를 타고 하늘 높이 오르면 뭣하겠는가. 다 수치스런 일 아닌가'

나도 말 등에 붙은 파리는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양승진 온라인뉴스부장 ysyang@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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