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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 닮은듯 다르다

최종수정 2007.11.19 11:10 기사입력 2007.11.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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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사업 직접 챙기며 '신상필벌' 냉정함
이건희 - 한발 물러서 위임..상상력을 중요시


"삼성의 새 역사 창조에 이 한몸 바쳐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지난 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 모인 삼성그룹 임직원들 앞에서 당시 46세의 이건희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내놓은 일성이다. 말대로 이건희 회장은 20년 만에 삼성그룹을 14조원대(세전) 이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재계에서 첫 손으로 꼽는 것은 선대 이병철 회장에서 부터 이어지는 부자간의 리더십과 경영비전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부친 사후 이후 경영권을 승계해 오늘까지 삼성을 이끌어 오고 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지만, '인재중시' 등 몇 가지 이외에는 경영 스타일이 판이하다는 것이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병철 회장은 독일병정형 시간관, 직접 사업 챙기기,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냉정한 조직관리, 말하기(speaking)형 리더인 반면, 이건희 회장은 자유방임형 시간관, 권한 위임, 다소 유연한 조직관리, 듣기(Listening)형 리더로 통한다.

이병철 회장은 출ㆍ퇴근시간을 칼처럼 지켰고, 1초의 차이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하고 치밀한 시간관을 강조했다. 시계도 보지 않고 일하다가 펜을 놓으면 낮 12시25분 점심시간이었고  목욕물 온도가 1도만 달라도 알아차렸다고 한다.

모든 사업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세부사항을 직접 챙겼으며매일 반도체 공장의 수율과 연수원에서 교육받는 직원 숫자를 꼬박꼬박 챙겼다.

이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매년 수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과학기술 잡지를 숙독하며 첨단 기기를 분해하는 등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자율관리형 시간관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 전략을 구상하거나 거시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이외에는 삼성그룹의 대부분 사안을 전문경영인들에게 위임하고 있다. 또 듣기형 리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어릴때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거의 혼자서 유학하다시피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몰입하고 남의 말을 듣는데 주력하는 습관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 한 측근의 전언이다.

이병철 회장이 손끝에 닿는 즉물성(卽物性)을 중시하고, 이건희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다보니 현실의 사업에 대한 감각도 남달랐다.

이병철 회장 시대에 삼성에는 '돌다리도 두들겨본 뒤 다른 사람이 건너가는 것을 보고 건너간다'는 신중한 기업 문화가 만연했다.

그는 막연한 사업추진을 강행하면 크게 노여워했고, 잘못을 저지르면 즉각 징계를 내리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뒤에는 '돌다리든 뗏목이든 뭐든지 건너라, 그래서 실패하면 상을 줘라'식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계열사 사장들이나 비서실 팀장들이 보고할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병철 회장이 찾으면 왜 찾는지, 뭘 물어볼 건지, 뭣 때문에 야단칠 건지 대강 예측이 가능하다.미리 헤아리면 70%는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찾으면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무슨 얘기를 꺼낼지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jo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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