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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삼성 이종왕 실장의 '사임'..여론 향배 바꿀까?

최종수정 2007.11.12 05:47 기사입력 2007.11.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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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종왕 법무실장의  '승부수'가 여론의 향배를 바꿀 것인가?

이종왕 실장이  9일 전격 사임하면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여론의 향배와 검찰의 수사 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실장이 김용철 변호사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법무실을 이끌어 온 수장이라는 점과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 점화되려고 하는 시점에서 갑작스런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그의 용퇴는 삼성에 대한 여론과 검찰 수사 방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폭로 내용  근거 없이 과장 왜곡된 것"

이 실장이 사직하면서 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25년의 법조계 생활을 아쉽게 마감하는' 절절한 소회와 비장한 각오가 배어있다. 

이 실장은 이메일에서"김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사건으로 임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사내 변호사에 대한 불신이 생긴 점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김 변호사 사건을 미리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사표를 쓴 이유"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김 변호사의 폭로 움직임이 포착됐을 당시 삼성그룹이 내부에서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이 때 본인이 '대응하지 말자'고 주장했던 것이 사건을 키운 원인이니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변호사는 고객비밀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 김 변호사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대해 같은 변호사로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며 아예 법조계를 떠나겠다는 것을 이메일에서도 시사했다. 

그는 사시 17회로 '검찰의 황태자'라는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장'의 간판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04년 7월 삼성에 합류했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약할만큼 동기들 중에서 발군이었다.

◆이실장 용퇴..여론에 어떤 영향?

이종왕 법무실장의 사임으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11일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그룹은 일단 검찰의 향배에  이목을 집중하는 한편 그룹 안팎의 우려와 비판 여론을 어떻게 불식시킬지 고심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비난 여론 뿐만 아니라 사내 일부 직원들이 삼성의 자성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론이 검찰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삼성은 비난 여론 잠재우기에 노심초사해왔다.

이런 가운데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중앙지검은 김용철 변호사에게 '떡값 검사 명단'을 조속히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김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검사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맞서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해왔지만, 김 변호사가 삼성의 핵심 임원이었다는 점 때문에 시중 여론은 "삼성이 의례적으로 해명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쪽에 기울어져 있던 게 사실이다. 
 
이 실장은 이메일에서 "김 변호사가 언론의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등에서 주장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에서 완벽하게 깨끗한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삼성은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청결하고 건강한 조직이며 합리적인 인사관리 시스템등을 잘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부담과  검찰 수사 향배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이 우려하는 것은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비자금 통장', '떡값검사 리스트'가 결백한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안 등 승계와 관련된 이슈들이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7년간 법무팀을 이끌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 중 상당부분은 개연성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일정한 소득'이 나올 때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번 이종왕 법무실장의 전격 사임에 대해서도 '뭔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변호사를 '파렴치한 인물'로 부각시키고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표를 던진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실장이 사임 얘기를 꺼냈을 때 주변의 모든 임원들이 만류했다"며 "그의 사임은 김 변호사의 행위로 인해 삼성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순수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다면 이종왕 법무팀장이 삼성의 임원이 아닌 '자연인'의 입장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비춰보면 삼성그룹의 설명대로 이 팀장이 엄청난 개인적 불이익을 무릎쓰고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법무팀을 진두지휘했던 이 실장의 사퇴로 인해 삼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 여론이 보다 냉정한 차원으로 바뀌고, 검찰 수사도 여론몰이식 수사보다는 객관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용철 변호사 측의 대응이다. 만일 김 변호사가 이 실장의 사퇴사유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새로운 주장을 쏟아낼 경우 삼성 파문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반면 김 변호사 측이 더 이상의 여론몰이 확전 보다는 검찰의 수사에 적극 응하는 전략을 택할 경우 파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 측이 소위 '떡값 검사 리스트'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을 경우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여론전' 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잇단 공세에 대응한 이종왕 변호사의 승부수가 어떤 귀결을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오 기자 jo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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