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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종왕 실장, 임직원에게 보낸 사임 메일 전문

최종수정 2007.11.10 14:53 기사입력 2007.1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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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10일 김용철 변호사 후임으로 2004년부터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실장을 맡아온 이종왕 법무실장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종왕 법무실장이 자신이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사건에 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이 삼성 임직원 300여명에 보낸 메일 전문이다.


법무실 이종왕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 문제로 회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임직원 여러 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려 그룹 법무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대해서 같은 변호사로서 큰 자괴감을 느낍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 임직원 여러 분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경영활동을 잘 하실 수 있도록 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사전 검토나 사후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법무실 일로 회사와 임직원들께 큰 폐를 끼치고 상처를 드리게 돼 면구스럽습니다. 

저는 2004년 7월 삼성에 입사해 이제 3년4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삼성에서 많은 인재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세상에서 완벽하게 깨끗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삼성은 제가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청결하고 건강한 조직입니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인사관리 시스템 등을 잘 갖추고 있고, 그러한 것들이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삼성이 전직 법무팀장의 파렴치한 행위로 비리집단으로 매도되어 임직원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실을 생각하면 한없이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저는 이런 사태에 대해 법무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오늘 자로 법무실장 직을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김 변호사 사태가 일어난 지 이제 보름 가까이 되었고, 그 전에 內燃하기 시작한 것부터 따지면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진실을 둘러싸고 공방도 있었고, 회사도 최대한 관용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이 사건은 곧 시작될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회사가 처한 심각한 어려움을 잘 수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도 이제 어느 정도 방향이나 흐름은 잡힌 것 같습니다.  

저는 부족한대로 이쯤에서 매듭을 지어도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일은 저희 법무실 변호사와 관련 임직원들께서 최선을 다 해 잘 처리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마지막으로 임직원 여러 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김용철 변호사 개인의 잘못입니다.  

김 변호사가 언론의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등에서 주장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입니다. 

직무상 처리한 회사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건은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사람들은 김 변호사가 검사출신 법조인인데다 삼성에 임원으로 7년 여 재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의 주장이 사실일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4년 7월 회사에 들어올 때 제가 검토하거나 조치한 법무 일로 인해 말썽이 생기거나 회사에 누가 된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3년 여 기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도 원칙과 정도에 따라 잘 수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행위로 회사가 큰 곤경에 빠지게 된 데에는 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김 변호사의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지난 8~9월 세 차례에 걸쳐 협박성 편지를 회사에 보내 왔을 때 제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법과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사실관계는 물론이고, 그 쪽의 편지 내용을 보더라도 회사는 크게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모두 근거없는 황당한 주장이었고, 이를 토대로 회사에 협박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순간의 禍를 모면하려고 적당히 타협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빌미가 돼 나중에라도 더 큰 禍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김 변호사도 변호사인데, 편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근거없는 사실을 폭로해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경영진에서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김 변호사 측의 불온한 편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김 변호사가 변호사와 인간으로서 마지막 선은 지킬 줄 알았는데, 그 선을 넘었습니다. 

그로 인해 회사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저 스스로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나 저나 김 변호사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수용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점은 제가 굳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여러 분이 경험하신 사실 만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분 중 어느 누구라도 떡값 갖다 주라는 지시 받은 적 있습니까? 

저는 8년 전까지 20년 간 검사로 일했습니다.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리라고 지시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만,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 등으로 ‘떡값검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가 현직 검사라고 할 때 어떤 기분이 들겠나 생각해봅니다.  

그런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겠는가. 

말없이 직분에 충실한 검사들 가슴에 큰 멍이 들었을 겁니다.

  그 심정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원인과 책임이야 어쨌든 삼성그룹 법무실 일로 그런 사태가 초래되었습니다.  

검사를 비롯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직자 분들께 송구스럽습니다.  

민망하고 미안합니다.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이 사태가 변호사에 의해 일어난데 대해 저와 저의 법무실 변호사들 모두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고객의 비밀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비밀을 왜곡 조작해 폭로했습니다.  

여러 분의 마음 속에서 변호사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났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 법무실과 관계사 변호사들도 동료이자 고객이신 회사 임직원 여러 분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불안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 변호사들을 믿고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삼성에서 보낸 시간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몸은 떠나지만 마음 속으로 성원하며 삼성과 삼성 임직원 여러 분 모두의 발전과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저의 불찰로 회사와 임직원 여러 분께 큰 누를 끼치고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황준호 기자 rephwang@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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