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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1월 08일자

최종수정 2020.02.12 13:15 기사입력 2007.11.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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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사람입니다. 기업의 미래는 사람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되어있습니다. 또 유능한 상사의 휘하에는 항상 유능한 부하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인재 육성의 핵심은 일류인재로 일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한 CEO일수록 유능한 부하를 많이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CEO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비상시 자신을 대체할 후계자군을 잘 양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후계자를 잘 길러내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수도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영화배우 성룡이 올해 초 베이징에서 이색적인 행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후계자를 뽑는 ‘용의 후계자’라는 대회를 연 것입니다. 수만 명의 참가자가 몰려 경합을 벌였지만 결정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룡이 이러한 대회를 개최한 것은 5년 후 은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합니다. “헐리우드에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즐겁지 않다”는 그는 자신의 역할을 할 후계자를 뽑은 다음 5년 후 은퇴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나이 76세인 워런 버핏-그도 역시 후계자에 대해서는 집착이 강한가 봅니다. 영화배우가 후계자를 뽑는 마당에 1320억 달러의 돈을 굴려야하는 워런 버핏 입장에서는 어쩌면 후계자를 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경영하는 벅셔 해서웨이의 의사결정구도는 비상임회장-최고경영자(CEO)-최고 투자책임자(CIO)등 3각체제로 되어있습니다. 지금은 버핏이 3자리를 다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벅셔 해서웨이의 실질적인 후계자는 CIO로 볼수 있습니다. 엄청난 운용자산을 굴려야하는 세계 최대의 큰손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CIO를 선정하기 위해 금년 초 공개모집을 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600여명이 응모했습니다. 네 살짜리 아이도 응모하는 등 나이도 천차만별, 그 이유 역시 각양각색이었다고 합니다.

금년 주주총회장에서 기자들이 버핏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후계자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후계자는 뽑겠지만 그에게 멘토(mentor) 노릇까지 할 생각을 없습니다. 후계자는 무엇보다 투자실적이 있어야지요. 현재 600-700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에는 네 살짜리 아이도 있어요. 아마 그 친구는 힘들거요. 벅셔 해서웨이의 투자규모는 과자 값보다 휠씬 크니까요. 일단 3-4명을 선발해 20억, 30억, 50억 달러를 맡기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투자성과가 나오겠지요. 그렇다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지 못하는 리스크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버핏은 선발된 후계자군에게는 많은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이전 직장에서보다 적은 월급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대신 투자성과를 따져 그에 걸맞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입니다.

그의 선정기준은 예상했던대로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첫 번째로 꼽은 것입니다. 구체적인 자질로는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과 정서적 안정감을 갖춰야 하며 사람과 기관투자가들의 행동양식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버핏은 이미 후계자를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51살인 그의 아들 하워드 버핏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버핏은 그러나 그의 아들에게는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기업문화만 유지하는 상징적인 존재”맡기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빅셔 해서웨이를 실질적으로 이끌 후계자인 CIO는 아들이 아닌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버핏은 “내가 오늘 죽으면 다음날 바로 신임 CEO가 선임돼 차질 없는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정해졌지만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최근 후계자를 제때 찾지 못하는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에 대한 기사를 게제한 적이 있습니다. 두 회사의 CEO가 서브프라임 손실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도 뉴스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에도 적당한 후계자를 제때에 찾아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씨티그룹은 지난 4일 미국의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을 새 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습니다. 신임 회장선임을 접한 월가의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신통치 않습니다. 그가 찰스 프린스 전회장의 경영방침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씨티그룹을 제대로 부흥시킬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CEO가 회사를 그만두게 됐을 때 후임을 제때 찾지 못하면 그 조직에는 그만큼 무리가 갈수밖에 없습니다. 젝 웰치 전 GE회장이 후계자군을 치밀하게 양성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기업후계자를 얘기하면서 일본의 독특한 경향을 뺄 수 없습니다.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가족기업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 기업의 후계자는 당연히 자녀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현상에 따라 후계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골치 아픈 사업댛신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최근 추세도 후계자난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1990년대 들어 줄곧 폐업률이 창업률을 웃돌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가 호전된 2000년대 들어서도 후계자난 때문에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를 보면 2006년 폐업한 29만개의 기업가운데 7만개가 후계자난을 가장 큰 폐업이유로 꼽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연간 20만-3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아버지가 일으킨 기업을 물려받아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정부는 상속세를 깍아 주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앞에서 이끌어가는 리더가 방향을 바로잡고 이를 따르는 조직원들의 행동이 통일될 때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후계자군을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는 논리도 따지고 보면 그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기업들도 언제 어떠한 형태로 후계자 를 세울 것인지에 대해 보다 차원높은 준비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갈 후계자군을 제대로, 투명하게 찾고 양성해야 글로벌 경쟁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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