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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1월 06일자

최종수정 2020.02.12 13:15 기사입력 2007.11.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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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 웰치 전 GE회장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 그것도 주장으로 출전했던 그는 일곱 번째 패배를 했습니다. 엄청난 실망감 때문에 그는 하키 스틱을 경기장의 얼음판위에 내동댕이치고 라커룸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라커룸의 문이 열리더니 젝 웰치의 어머니가 성큼 걸어 들어왔습니다.

라커룸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중년의 여인인 젝 웰치의 어머니에게 고정되었습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젝 웰치의 멱살을 잡고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만일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른다면 결코 멋지게 승리하는 방법 또한 알수가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넌 더 이상 경기를 할 자격이 없어.”

젝 웰치는 친구들 앞에서 이처럼 모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어머니가 한 말은 그 이후에도 결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젝 웰치는 그가 쓴 “끝없는 도전과 용기”에서 “내게 끝없는 기쁨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자세의 중요함, 그리고 경쟁의 소중함을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다”며 자신에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리더십이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덕분이라고 회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젝 웰치는 관료적이고 보수적이었던 비대한 공룡 GE를 변모시켜 기업의 시장가치를 120억 달러에서 4500억 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또 각 사업부를 대상으로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는 전략을 통해 5년간 11만명이상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시가총액을 40배나 키웠다는 점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특히 20만명이 넘는 사원을 한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정열과 에너지, 그리고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원들에게 목표를 확실하게 알려주기위한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재능이나 의욕을 심어주는 탁월한 조종술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은 학교시절 인기가 없는 편이었습니다. 동급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고 친구가 적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항상 “따돌림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집단에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된다. 네가 할 일은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로 격려했다고 합니다. 그가 총리에 선출되면서 영국병치료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아버지의 평소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야당 당수시절 만났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튼 프리드만의 자문을 많이 받은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개혁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자 야당은 물론 보수당 의원들조차 반대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970년대 영국은 파업으로 해가 뜨고 파업으로 해가 지는 나라였습니다. 정부는 노조를 달래기에 급급해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적자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경기는 침체의 터널 속에서 방황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부작용도 동반했습니다. 1976년에는 선진국 최초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이같은 현상을 ‘영국병’으로 요약했습니다.

마거릿 대처는 이때(1979년) 총리로 등장했습니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는 메스를 들고 중병상태인 영국병을 수술했습니다. 특히 석탄합리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발생한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대처는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파업이라는 이유로 탄광노조의 재산을 동결하기 까지 했습니다.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본보기로 삼았고 흐트러졌던 법과 질서를 바로 잡았습니다. 부당하게 운영되던 노동조합문제도 해결했습니다.” 훗날 그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젝 웰치는 이처럼 기업인, 마거릿 대처는 정치인입니다. 웰치는 비대하고 관료적이던 공룡기업 GE를 통해 가장 욕먹던 경영자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로 변신했고 대처는 긴 불황의 터널에서 영국병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정치인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자유기업원이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차기대통령에 주는 제안을 했습니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한 대처를 모델로 세계 1위 기업을 일군 ,웰치같은 경제참모를 두라는 것입니다.

경제학 교수들이 이같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사람에게 한 제안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이니 만큼 가장 힘써야 할 분야로 경제성장을 꼽았습니다. 현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 저성장이고 일자리 부족이니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지 않을까하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적인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대통령의 리더십 모델은 실사구시형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쪽이 되어야한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경제철학으로 삼아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한국경제의 비전으로 삼아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실사구시형 지도자를 꼽은 교수가 많다는 것은 경제성장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입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이유가 그럴 것입니다. 경제참모로 젝 웰치 전 GE회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역시 과감한 구조조정과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스타일이 지금 우리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지 않나 생각됩니다.

지금은 경제전쟁의 시대입니다. 총과 칼로 세계를 재패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경제력이 곧 국력이자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입니다. 그렇게 보면 대한민국은 하나의 주식회사인 셈입니다. 대통령은 곧 대한민국의 CEO라고 할 수 있지요, 대한민국의 주주는 바로 국민들입니다. 국민을 주주로 생각하면 차기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분명합니다.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공약도 내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말이나 공약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선레이스가 열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선이 43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패배를 제대로 받아들여야 멋진 승리도 가능하다는 젝 웰치 전 회장 어머니의 말이 새롭게 들려지는 하루입니다, 원칙을 지키며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전 총리의 리더십이 “집단에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원로 언론인인 유병필씨(전 매일경제TV 보도본부장)가 ‘성공하는 대통령의 선택’이라는 책을 출간했군요. 새 대통령이 유념해야할 국정 아젠다 77가지를 읽으며 젝 웰치와 대처의 리더십 덕목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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