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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비자금과 '폭로 저널리즘'

최종수정 2007.11.02 16:15 기사입력 2007.11.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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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저널리즘은 '머크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으로 일컬어진다. 

원래 'muck'은 오물ㆍ쓰레기란 뜻이고 'rake'는 갈퀴로 긁어내다 또는 샅샅이 파헤친다는 의미이다. 

1869년 뉴욕의 튀드 일당의 부정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폭로 저널리즘의 출발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언론을 이용한 익명의 폭로 경쟁이 줄을 이었다. 

폭로 저널리즘은 선의의 제보자를 통해 부정ㆍ부패를 척결하고 사회를 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악의에 찬 '까발리기식' 제보로 사회적 물의를 낳기도 했다.

직무상 취득한, 또는 본인이 직접 참여하면서 얻은 내부 정보를 언론에 제보하는 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내부 고발은 권장해야 할 일인가? 또 입증할 수 없는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해도 좋은 것인가? 등 선진국에서도 끊임없는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삼성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100억원대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았던 퇴직 변호사의 폭탄발언으로 세상이 시끌시끌 하다.  

그는 삼성이 자신의 차명 계좌로 50억원대의 현금과 주식을 관리해왔다고 폭로했다. 

폭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삼성은 여간 당혹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삼성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내부 고발은 처음인데다가 삼성의 '머리와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구조본의 법무실장을 지낸 사람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자금에 이어 "삼성은 검찰에게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이 넘는 소위 떡값을 제공했다"며 폭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침묵하다가 뒤늦게 본인이 몸담고 있던 기업의 약점을 터뜨린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많다. 

퇴직 후 매달 2200만원씩 법률고문료를 받다가 끊어지자 '투사'로 돌변한 인사의 말은 진실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자금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정치, 관료와 기업의 공생관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과거 대통령선거 때 수천억원씩의 선거자금이 필요했던 시절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 제공해야 했다. 

그러나 정치자금이 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은 조성하기도, 운용하기도 힘들고 위험한 비자금을 줄여가는 추세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5일 삼성 비자금과 관련, 2차 폭로를 하겠다고 예고해놓고 있다. 

만일 삼성 비자금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인 삼성그룹의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비자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파문이 한국 사회에 폭로 저널리즘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은 확실하다.
 
이규성 기자 bobo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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