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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기자실 통폐합 '소신과 오기'

최종수정 2007.10.30 11:39 기사입력 2007.10.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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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으로 십여년을 살면서 요즘처럼 혼란스러울 때가 없다.

특히 기자가 되기 위해 소신(所信)을 품고 갓 들어온 새내기 후배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소신이 오기(傲氣)에 밀려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들춰보면 소신이란 '굳게 믿고 있거나 또는 생각하는 바'라고 씌여 있다. 반면 오기는 '능력은 부족하면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라고 적혀있다.

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취재지원 선진화방안)는 '오기'와 '소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기자실 통폐합 조치라는 미명아래 정부부처에 있는 기자실에 기자들 출입을 금하고, 인터넷 선을 가위질하고, 전화선도 끊어버렸다. 그래도 들어오는 배짱좋은 기자들을 막기위해 문에 대못질도 했다.

하루아침에 갈곳을 잃은 기자들은 청사 맨바닥에 앉아 빈박스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기사를 쓰고 있다.

눈물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마저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정감사장에서는 기자실통폐합 조치를 두고 국회의원들이 너나할 것없이 비난의 말을 쏟아내자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일부 기자가 로비에서 기사를 송고하는데 공공 공간을 무단점유하는 것은 월권이며 특권"이라고 말했다.

또 차기 정부에서 기자실을 부활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가고 있는데 다시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부처가 어떠한 곳인가. 일개 사기업도 아니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고 국민이 보다 잘살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곳이다. 

국민으로서 제대로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따지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이 충분히 알권리를 부려도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죽치고 앉아서 담합한다'는 근거없는 이유로 기사실을 폐쇄하고 언로를 차단하는 것은 '오기'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며칠전 모 부처에 출입하는 까마득한 후배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실장이 차관 기자간담회에 들어오지 말래요"라며 울먹였다.

후배 기자의 울먹임속에는 혼자 '왕따'를 당한다는 서러움도 있었지만 기사를 제때 넘기지 못하면 데스크한테 혼이 날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더 묻어났다. 

그 부처에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는 해결하기 힘든 의문이 생겼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실통폐합 조치에 따라 기자실을 모두 폐쇄했는데 난데 없는 기자실장이라니. 

기자실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기자실장'이 존재해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가로막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차관실에서 간담회를 하는 이유도 납득이 안된다. 통합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면 기자들이 보이콧을 할까바 차관실에서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모여 앉아 담합한다며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놓고 정작 필요할때는 '별도의 기자실'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현정권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따르는 것도 아니고 따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최근 모 TV 코미디 프로에서 한창 유행하던 코너 '같기도'를 연상케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곳이 다름아니라 장차 이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의 100년 대계를 다루는 교육부라는 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는 역주행하고 있는 언론관을 바로잡고 언론의 정부접근권을 최대한 보장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 한다.

김영미 사회문화부장 ytm3040@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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