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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0월 29일자

최종수정 2020.02.12 13:15 기사입력 2007.10.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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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정동영- 두 대선후보가 국민성공시대와 가족행복시대를 구호로 내걸고 있습니다. 유력 두 후보 간의 대선공약대결이 본격화 된 것입니다. 두 후보의 공약대결을 보면서 같은 아프리카 지역에 살면서 판이하게 다른 인생관을 가진 보어인 농부와 베냉 촌로의 얘기를 생각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네델란드계 백인을 보어인이라고 합니다.
어느 보어인 농부는 오랜 세월 돌투성이 황무지를 힘들게 개간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끝내 절망감에 빠져 땅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다시 그 지역에 와보니 온통 윙윙거리는 기계와 인부 등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땅에서 매일같이 노다지를 캐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킴벌리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합니다.

서부아프리카 베냉의 한 촌로가 들려준 얘기가 이렇습니다..

한 어부가 통나무배를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저개발국인 그 나라에서 봉사하는 경영 분야의 외국인 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컨설턴트는 어부에게 왜 그렇게 일찍 돌아오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부는 밖에서 더 오래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가족을 돌보기에 충분할 만큼 물고기를 잡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까?” 하고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어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물고기는 조금만 잡고, 아이들과 함께 놀지요. 날이 더워지면 모두 낮잠을 자고요. 저녁에는 함께 식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음악을 좀 즐기거나 뭐 그렇게 하지요.”

그 컨설턴트는 어부의 말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말을 좀 들어 보세요. 나는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고 이런 문제를 연구했습니다. 내가 도와주고 싶군요. 밖에서 좀 더 오래 물고기를 잡도록 해보세요. 그러면 돈을 더 벌게 되고, 오래지 않아 이 통나무배보다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겁니다. 더 큰 배가 있으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고, 오래지 않아 저인망 어선으로 이루어진 선단을 거느릴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는요?” 어부가 물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중개인을 통해 물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공장하고 직접 거래를 하거나 아니면 수산물 가공 공장을 직접 운영해 볼 수도 있지요. 시골을 떠나 코토누나 파리 아니면 뉴욕으로 가서 거기서 모든 것을 관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 나가서, 사업체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서 거액의 돈을 벌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요.”

“그런 일을 다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어부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마 15년에서 20년쯤은 걸릴 겁니다.” 전문가가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어부가 계속 물었다.

컨설턴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는 재미가 생기게 되지요. 그때쯤 은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모든 복잡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갈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 다음에는요?” 어부가 물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간이 있으니까, 물고기는 조금만 잡고,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겁니다. 날이 더워지면 낮잠을 자고요.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음악을 좀 즐기는 거지요.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생각했습니까? 컨설턴트처럼 사는 것과 베냉촌로처럼 사는 것, 그리고 보어인 농부처럼 사는 것과 킴벌리 광산의 주인처럼 사는 것-이러한 갈등 속에 현재 서 있지는 않습니까?

25세의 남녀 100명을 조사했더니 66명이 65세까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66명 가운데 단 1명만이 부유하고 4명은 살만하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5명은 65세까지 계속 일을 해야만 하는데 나머지 56명은 가족에게 부양받든지 연금이나 지역사회의 생활보조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성공의 길‘을 쓴 조지 바버라는 한 보험회사가 많은 비용을 들여 산출한 자료를 근거로 성공하는 사람의 조건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놀랍지만 이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대학 4학년생의 30%가 백수를 면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국 10개 대학의 휴학률이 28.6%로 10명중 3명이 휴학 중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요즘에는 가정형편이 나쁘거나 몸이 아파서 휴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취업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백수가 될 것을 우려한 대학생들의 학생이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베냉의 촌로와 보어인 농부의 사례를 보면서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행복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두 유력 대선후보가 성공시대와 행복시대를 구호를 내세운 것은 국민으로선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세우고 잇는 것이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각자가 판단하는 성공의 잣대가 다르고 행복의 기준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백수를 면하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후 좋은 직장만 잡으면 그것이 성공이고 많은 물고기를 잡아 이를 관리하는 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거액을 벌면 그것이 곧 성공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황무지를 개간해 밭을 일구었어도 조금 더 깊은 곳에 다이아몬드가 묻혀있는 것을 모른 채 이주를 했고 이주 후 급등한 땅값을 바라만보며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고도성장을 추구하던 개발시대에 우리도 보어인농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성취하는 인생은 자신이 진정 자신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매달 버거운 근심의 보따리를 짊어진 채 청구서 한 장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진정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아닌 사람입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성공한 사회이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행복한 사회라는 것-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후보가 바람직한 지도자라는 것을 생각하는 월요일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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