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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0월 16일자

최종수정 2020.02.12 13:15 기사입력 2007.10.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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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이른 한 귀족이 있었습니다. 그 귀족의 가세가 기울어 가문의 토지 ‘벚꽃 동산’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벚꽃동산의 농노의 자식에서 신흥 상인으로 부상한 로파힌이라는 사람은 그때의 입찰광경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난 40, 그 사내가 45, 그러면 난 55, 그 사내는 5단위, 난 10단위로 계속 올린다..........그렇게 된 거야. 난 부채에 90을 더 얹었어. 경합은 거기서 멈추더군. 그렇게 해서 벚꽃동산은 내 것이 된 거야. 내 것 말이야! 오! 하늘에 계신 위대한 신이시여! 벚꽃동산이 내것이라니요.! 혹시 내가 지금 취한 것은 아닙니까? 정신이 나간것은 아닐까요? 이제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로파인은 이처럼 매우 흥분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얽매어 있던 벚꽃동산을 자신이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자신이 쓴 회곡 ‘벚꽃동산’에서 경매의 스릴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경쟁시장은 변화하는 시대를 대변해줍니다. 경쟁으로 적정가격이 형성되고 자원은 최고가치를 지닌 용도에 쓰이게 됩니다. 또 경쟁은 기업을 효율경영으로 내몰고 수요와 공급에 관한 정보도 창출해 냅니다. 거래내용은 1대1 협상보다 경쟁을 통해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경제학 교수인 존 맥밀런은 ‘시장의 탄생’이란 저서를 통해 이같은 사례를 제시하며 활발한 경쟁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시장설계의 주요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램브란트는 그림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화가로 통합니다. 17세기 암스테르담 미술품 시장이 걸음마를 시작하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자유계약 선수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귀족들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램브란트가 그 불안한 후원제도에서 벗어나 시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바로 그림값을 더 받겠다는 욕구였습니다.

그로부터 한세기 뒤에 독일의 작곡가 헨델이 시장으로 뛰어든 것은 변덕스러운 후원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고자하는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화가 르노와르는 그림의 가치를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경매장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경매는 화려하면서도 때로는 불미스러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노예와 아내까지 경매에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 경매가 인터넷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활기를 띠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쌍방향이라는 특성을 지닌 경매는 오히려 인터넷에 적합한지도 모릅니다.

옛 소련출신으로 90세인 후르비치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와 매스킨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마이어슨 시카고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유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기초를 다졌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종 경제 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방법론입니다. 모든 선택을 시장에만 맡겨놓을 경우 도덕적 해이와 역 선택 등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데 게임이론을 통해 이런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극대화 할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비효율적인 부분의 이유를 밝히고 효율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제도나 룰을 만들어주는 이론을 개발해 낸 것입니다.

예컨대 경매를 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입찰자들이 담합을 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정부의 입찰제도 같은 데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담합이 이루어지면 시장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낙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담합을 처음부터 베제시킬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려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들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한국경제신문 인용)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대부분 확정되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후보는 20%만 잘살고 80%가 버려지는 정글 자본주의에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가져가겠다는 얘기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성장해야 분배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복지국가 모델과 시장의 기능을 신뢰하는 성장모델의 선택인 셈입니다.

두 후보 모두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정권의 한국경제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은 시장의 힘은 유연한 자기조절 능력에 있다는 점입니다. “악한 자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 할수 있는 시스템이 시장경제”라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엑크의 말을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시장을 외면한 정치논리는 결국 부작용만 양산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실패를 최소화하는 세 경제학자가 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가를 생각하는 하루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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