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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북한인터넷 개방과 '토마토'

최종수정 2007.10.08 12:07 기사입력 2007.10.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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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용어는 '2007 남북정상회담'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평화체제 구축이나 경협 등에 온갖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이지만 인터넷이라는 틀 속에 의외의 해법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업무 편의를 거론하며 '인터넷 개통'의 필요성을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도 '인터넷 전문가'라면서 "인터넷이 공단 안에서만 통하면 되는데 북쪽 다른 지역까지 연결돼서는 문제가 많다"며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공단에 인터넷을 못 열어줄 이유가 없다"고 응수했다.

인터넷이 개성공단이라는 특수공간이 아닌 '북쪽 다른 지역'으로 연결된다면 '문제'가 생기므로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에는 피해 의식이 엿보인다. 체제수호나 유지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한 "디지털시대에 살면서 아날로그시대에 닫혀 살면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군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고 언급, 디지털세상의 트렌드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북한이 인터넷의 최대 강점인 정보 접근성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개혁이나 개방의 전초기지로 보는 남측의 시각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1992년 9월, 제8차 남북총리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북한은 물론 한국에도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4년 6월에야 한국통신(현 KT)은 코넷(KORNET)이라는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남북한의 정보격차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한국은 지금 인터넷 이용률이 80%에 육박하며, 이동전화 가입자가 4300만 명이 넘고, '.kr' 도메인 수가 90만개를 상회하는 IT강국으로 우뚝 섰다.

반면, 북한은 아직도 통신이나 정보 인프라 측면에서 답보상태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가 일부 최상류층의 전유물에 그칠 뿐 아니라 인터넷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다만, 북한을 의미하는 '.kp' 국가식별 도메인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게 돼있어 북한도 앞으로 인터넷 개방에 보다 유연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대통령은 이번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갔지만 유선전화는 서울-평양간 광통신망이 있음에도 일본을 경유해야만 했다.

직통전화 개설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나마 인터넷의 경우, 우리측이 중국을 경유하면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한 덕에 서울-평양간 광통신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을 통해 12개 회선의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으며, 이 가운데 4개 회선은 평양으로 연결돼 화상상봉에 활용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담기간중 처음으로 방북중인 우리측 대표단이나 취재진을 위해 인터넷 사용을 허용했을 뿐 그간 광케이블을 이용한 인터넷 개통은 불허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북한내 평화자동차공장 방문시 "에스키모인에게 에어컨을 파는 게 마케팅이듯 역발상을 잘 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극히 낮다는 것은 역으로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광명망'은 해외와 연결되지 않은 폐쇄 통신망으로, 인터넷 채팅이나 네트워크 게임 등은 할 수 있지만 '상부'의 감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의 인터넷 연결이 가시화된다면 북한의 인터넷 도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 속담에 '사과가 되지 말고 토마토가 되라'는 말이 있다. 사과처럼 안팎이 다르지 말고 토마토와 같이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사과가 아니라 토마토임을 실천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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