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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0월 08일자

최종수정 2020.02.12 13:15 기사입력 2007.10.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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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들의 유형은 건국 후 다섯 차례 바뀐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독립 직전까지 영국과의 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던 식민지형 부자들입니다. 그들은 미국 독립 후 캐나다와 유럽으로 피신했습니다.
둘째는 그들이 남기고 간 공백을 국제무역과 선박투기 등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입니다.

셋째는 재퍼슨이 대통령이 된 1800년 이후 행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무역선 선주에서 금융가로 변신한 사람들입니다. 이때까지 소유와 경영은 대를 이어 세습되었고 기업의 규모도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넷째는 1860년대 산업혁명과 남북전쟁을 계기로 미국 재계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들은 전쟁 통에 군복을 납품하고 떼돈을 번 장사꾼들과는 달리 철도, 금융, 철강, 석유, 화학분야에서 거대 기업을 일구었고 현재까지 미국 경제의 기반을 다진 사람들입니다.
다섯째는 1990년대에 등장한 IT부자들입니다. 미국재계에는 지금 휴렛패커드의 팩커드가문, MS의 빌게이츠 등 슈퍼부자들입니다.

미국에서 탄생된 부자들의 유형이 이렇듯 부자들에 대한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생각도 함께 변했습니다. 부자들에 대한 비난이 19세기 말 미국정치의 핫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1896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후보가 부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잠재된 분노를 일깨웠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 공황기에 치른 대선에서 재력가들이 지배하는 정부 역시 폭력배들이 지배하는 정부만큼 위험하다며 부자들을 공격했습니다. 브라이언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루스벨트는 당선된 후 증권법과 은행법을 제정하고 증권거래위원회를 신설해 월스트리트를 개혁했습니다.

공화당 출신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민주당의 윌슨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실은 부자 출신이었고 부자들 편이었습니다. ‘경영의 역사,를 쓴 이재규 씨는 “그러나 그들은 일시적으로나마 부자들을 질시하는 농민과 노동자계급의 감정폭발에 편승해 대통령이 되었고 각종 반독점법 제정을 시작으로 재산세와 부유세를 도입해 부자들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법과 제도를 고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치는 부자들이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장난감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사례들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선데이타임스가 재미있는 분석 기사를 게제했습니다. 세계의 부자-巨富(거부)들이 영국의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런던은 이 덕분에 부동산시장과 미술품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의 17%가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영국에 사는 백만장자가 전년보다 8.1% 늘어난 48만458명에 달한다는 이런 기사들이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영국의 10대 부자가운데 영국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업체인 사빌스 PLC는 지난해 런던 중심부에 있는 800만 달러 이상의 주택의 65%가 외국출신에게 팔렸다고 합니다. 상위 부자에 인도 출신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가문, 축구팀 첼시 구단주, 러시아 출신 로만 아브라 모비치 등이 랭크되어 있습니다.

런던에 부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의 글로벌화, 지리적 이점이나 역사적인 유대관계 등이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낮은 세금, 부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입니다. 영국은 외국인들에게 영국에서 벌거나 영국으로 가져온 자금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만큼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일단 부자반열에 올라서면 한국을 떠날 생각부터 먼저 합니다.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공교육 문제 등도 있지만 사회적인 편견 탓에 부자로서 산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은 아닐까요? 부의 형성과정 등을 따져보면 일부 한국의 부자들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부자의 엑소더스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도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월요일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신흥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부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증시에서 탄생된 부자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회사를 증시에 상장시켜 1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기록한 개인 최대주주가 21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치과의사로 현재 앞선치과병원 대표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오스템 임플란드 최규옥 씨는 1131억 원의 평가차익을 거두었고 중국의 금형도공 출신인 3노드디지탈의 리유쯔슝 대표의 평기익은 697억 원에 달했습니다.

IT부품업체인 디지텍시스의 이환용 대표는 625억 원, 운송장비업체인 케이프의 김종호 대표는 542억 원, 한라레벨의 지석준 대표는 360억 원을 가진 부자로 꼽습니다. 이들은 모두 코스닥 시장 상장으로 주식부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부자학을 강의하고 있는 서울여대의 한동철 교수는 현금자산 5억 원을 포함 25억 원 정도를 가진 사람이 부자대열에 끼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현찰 3억 원 이상을 은행계좌에 넣어두고 있는 작은 부자의 수가 우리나라에 60만-80만 명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이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후회 없이 써 버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부자들이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소 체험해 보기 위한 투자(?)였다는 것입니다. 부자들이 부자답게 살 수 있는 권리도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면 부자가 떠나지 않는 한국, 부자들이 모이는 한국이 되지 않을까요?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한국, 세계의 부자들을 몰리게 하는 것도 한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정책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선주자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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