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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없는 서체 쓴 대통령 직인, 법원의 판단은?

최종수정 2007.10.08 09:28 기사입력 2007.10.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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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인과 국새에 새겨진 글씨체가 '국민들로 하여금 혼동을 준다'며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눈길을 끌었지만 법원은 "인격적 법익 내지 권리에 대한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실체적 판단 없이 이를 기각했다. 

한 예술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김모씨는 올해 7월 대통령과 기초 단체장이 쓰는 직인이 '한글 전서체'로 돼 있는데 한글에는 전서체라는 글꼴이 없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혼동을 일으킨다'는 취지로 직인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전서체는 획의 굵기가 일정한 한자 서체 중 하나로 도장을 만들 때 흔히 쓰이는 '꼬불꼬불'한 글씨체. 김씨는 국민들이 평소 사용하는 문자와 직인의 글꼴이 달라 제대로 읽을 수도 없고 정신적인 혼동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현재 제작 중인 국새도 그 글꼴이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맞지 않아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국새의 제작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헌 수석부장판사)는 김씨가 제기한 두건의 가처분 신청을 최근 모두 기각하면서 "김씨가 대통령 직인과 국새 제작행위로 인해 인격적 법익이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어 보호해야할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한글에는 훈민정음에 쓰인 '판본체'와 한글과 한문을 섞어서 쓴 '혼서체', 궁녀들의 글씨체에서 비롯된 '궁체'가 있고 '전서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도장을 만들 때 '전서체'가 쓰이고 있으고 컴퓨터 문서 작업시에도 바탕체와 굴림체 등 여러가지 글꼴이 두루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 반면 충남 천안시는 올해 7월 직인 등 공인(公印)이 한글에 어울리지 않는 '전서체'로 돼 있다며 훈민정음에 사용된 판본체로 도장을 바꾸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가측도 전서체가 한글에 없다는 김씨의 주장을 인정하고 있지만 직인에 한글 전서체가 사용된 것이 김씨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실체적 판단 없이 기각했다"고 말했다.

유병온 기자 mare8099@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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