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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재계 유력집안과 혼맥[3세시대 맞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최종수정 2007.10.04 09:44 기사입력 2007.10.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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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사로 더 빛나는 '가문의 영광'

"인자 내릴 때가 다 된 모양인갑소이."

서울에서 뉴욕의 케네디 공항까지, 거기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클리블랜드까지 오는 근  스무 시간에 가까운 여행의 종결을 의미하는 착륙 안내방송이 나오자,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회장은 만감이 교차했다.

박 회장은 클리블랜드시에 있는 케이스 공대 조교수로 있는 장남 성용을 근 10년만에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일리노이주립대학을 마친 성용은 예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64년에 마거리트라는 미국 여자와 결혼을 했다.

박 회장은 아들이 보낸 마거리트와의 결혼을 허락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동봉한 그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둘로 찢어서 봉투에 넣어 돌려보냈다.

그 것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거절의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아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둘이서 법적 절차만을 갖춘 최소한의 결혼식을 올리고 살았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단호하기만 했던 박 회장의 차가운 감정도 손녀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금호아시아나家는 물론 재벌家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란 눈의 며느리를 받게 된 것이다. 

미국인 여성과 연애 끝에 결혼한 박성용 명예회장의 사례를 제외하곤 금호아시아나家의 혼맥은 정ㆍ관ㆍ재계 유력 집안과 혼인을 맺어온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자녀들의 배후자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졌던 박인천 창업주의 독특한 결혼관 덕택이다.

박 창업주는 결혼을 가족과 가족, 나아가 집안과 집안사이의 결속을 다지는 연결고리로 여겨 왔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나서서 아들딸의 혼사를 챙긴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맘에 드는 집안과는 지인들을 통해 '사돈을 맺자'며 직접 청을 할 정도였다. 

박인천 창업주는 이순정 여사와의 사이에 5남3녀를 뒀는데, 호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구, 삼구, 찬구 등 아들 3형제는 모두 영남의 유력 집안과 혼인을 맺었다.

장녀인 경애를 필두로 강자, 현주 등 3자매도 모두 재계 인사들에게 시집을 보냈다.

장손에 해당하는 박재영씨를 필두로 대부분의 3세들도 이러한 혼례전통을 이어 받아 삼성, 범LG, 대우그룹과 혼인을 올렸다.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미국 예일대 유학시절에 만난 미국인 마거릿 클라크 여사와 연애 끝에 1964년 결혼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녀인 미영씨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혼 소식이 없다. 그룹 측은 "미영씨는 캐나다에서 불교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장남인 재영씨는 범LG가와 혼인을 맺었다. 구자훈 LIG화재 회장의 셋째 딸인 구문정씨와 결혼에 1남을 두고 있다.

구자훈 회장의 부친인 고 구철회씨는 고 구인회 LG창업주의 첫째 동생이기도 하다.

재영씨는 금호아시아나 가문의 장손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에 몸 담지 않고 있다. 영화연출에 대한 의욕이 넘쳐 향후에도 경영자의 길을 걷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은 김형일씨를 배필로 맞았는데, 김 씨는 경북 안동출신의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이다. 김익기 전 의원은 박병규 해태그룹 창업주와 사돈이며, 박 창업주는 다시 민병권 전 교통부 장관과 사돈관계로 이어져 있다.

박정구 회장은 슬하에 은형, 은경, 은혜 등 3딸과 외아들인 철완을 뒀다.

자녀들 역시 재벌가와 혼인을 했다.

장녀 은형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선협 아도니스CC사장에게 시집을 갔고, 차녀 은경씨는 장세홍 한국철강 전무대표이사와 결혼을 했다.

장상돈 회장의 2남인 장 신임 대표이사는 캘리포니아대학을 나왔으며, 한국특수형강 이사를 거쳐 한국철강 전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3녀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부사장와 혼인했다. 아들 철완씨는 미혼이며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3남인 박삼구 회장은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를 역임한 이정환 전 재무장관의 2녀인 이경렬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정환 전 장관은 한때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박 회장의 장남인 세창씨는 2003년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씨와 결혼을 했다. 박세창 이사는 결혼 후 미국 유학시기에 아들 세훈을 얻었다.

4남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위창남 전 광주투금 사장 딸인 위진영씨와 결혼했다. 장남인 준경씨와 딸인 주형씨는 미혼이다.

5남 박종구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본부장의 부인 이계옥씨도 삼흥복장 사장 이명선씨의 장녀로 명문가 출신이다. 박 본부장은 재벌그룹 오너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사회에서는 드문 학계 출신이다. 

그는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8년 개방형직위인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선임되면서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현재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본부장 (차관급)으로 재직 중이다.

공직에 몸담은지 채 10년도 안 돼 지난해 초 차관급인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48세로 차관으로 내정된 15명 가운데 유일한 40대다.

이규성 기자 bobo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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