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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2007년 10월 02일자

최종수정 2007.10.02 09:09 기사입력 2007.10.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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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트럭이 낮은 교량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경찰관들도 트럭기사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어린아이가 “타이어의 공기를 조금 빼면 트럭의 높이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힌트를 얻어 트럭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남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부인이 칠면조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젊은 부인은 제일 맛있는 엉덩이 살을 잘라버리고 남은 고기만을 오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남편이 “왜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묻자 부인은 어머니께 그렇게 배웠다고 대답합니다. 남편은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장모님은 할머니에게서 그렇게 배웠을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남편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 90세가 된 증조할머니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물어봤습니다. 할머니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자네들은 바보구먼. 그건 오븐이 작았기 때문이야”

넌센스 퀴즈 같은 얘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지만 말이 되는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세태 속에서, 그리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업무에 수시로 부딪히면서 저는 가끔씩 이두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지혜를 구할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최근 법정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동아제약 부자간의 다툼을 보면서 이 두 가지 얘기를 생각했습니다.

동아제약 부자간의 경영권분쟁을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80세를 맞은 강신호 회장은 재계총리격인 전경련회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일선기자생활을 하면서 중견그룹의 총수로, 재계의 원로로서 나무랄 데가 없는 그분을 저는 매우 존경했습니다. 또 겸손하고 꾸밈이 없는 강 회장을 대할 때마다, 특히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소년처럼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도 나이들면 저렇게 깨끗하게 살아야지”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그의 차남 강 문석 수석무역 사장역시 그룹회장의 아들답지 않게 제가 보기에는 효심이 강한 “평범한(?) 가정의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해서 특히 실제 동아제약을 창업한 할아버지생각에서 잠시도 떠나본 적이 없는 ‘창업주의 3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7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제약을 세계 속의 동아제약으로 존속시켜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진 젊은 기업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문석씨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줄 알지만 동아제약의 미래를 봐서는 자신이 경영에 참여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선대회장이 세우고 부친이 키워놓은 동아제약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자간의 경영권갈등이 수그러드는 듯했다가 다시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강문석씨측이 현 경영진의 자사주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현재 동아제약의 자녀 중에 동아제약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2남 강문석씨와 4남 강정석씨입니다. 두 사람은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이고 강 회장은 강문석씨가 어릴 때부터 부인과 별거했으며 결국 지난해 7월 이혼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경영권분쟁의 원인은 형제의 난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들과 아버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동아제약이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를 털고 세계무대를 향해 항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신호회장과 강문석 수석무역사장, 강정석동아제약부사장 모두의 희망은 동아제약이 세계시장에서 초일류 제약업체로 생존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데 수단이 다를 뿐입니다. 지금 모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들, 형제간의 동침이 적과의 동침보다는 쉽지 않을까요?

아버지의 타이어와 형제들이 갖고 있는 타이어의 바람을 조금씩만 빼고 나면 교량을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터득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장 맛이 있는 칠면조의 엉덩이 살(동아제약의 경영권)을 오븐에 넣지 못하는 이유(공유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라 오븐이 적기 때문(부자간, 형제간의 포용력 부족)이라는 매우 간단한 논리만 이해한다면 복잡하게 보이는 경영권분쟁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법정에서 찾지 않고 가족 간의 진지한 대화에서 찾는 다면 고객들도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1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1인당 14병의 박카스를 마신다고 하니 전국민이 동아제약의 고객이라는 점을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국민들과 함께해온 동아제약이 세계 속의 박카스신화를 다시 쓰는 지름길은 부자간, 형제간 화해에서 찾는 하루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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