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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진실] ① 이동통신요금

최종수정 2007.09.12 11:27 기사입력 2007.09.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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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시민 - "아직 거품많다 더 내려라"
이통업계 "더내리면 시비스질 저하"

휴대폰 요금인하 논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처음으로 4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1인 1휴대전화' 시대를 맞았지만, 이동통신 요금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요금인하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통 사업자들은 '한국의 통신요금은 결코 비싸지 않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정부는 그동안 인위적인 요금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자율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지난 4일 요금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청와대의 서슬퍼런 기세에 눌린 정보통신부는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태도를 바꿔 이통업체에 요금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강제적인 요금조정 보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에 무게중심을 뒀던 정통부가 요금 인하를 직접 거론하고 나서자 이통업체들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통요금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통 요금에는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버블'이 끼어있는가.

거품이 있다는 지적은 과연 사실인가.

거품이 있다면 어느 정도인가.

영업비밀 등 접근이 쉽지 않아 실체적 진실에 완전히 다가서기는 쉽지 않았지만, 양자의 주장을 대비해보면 이통요금의 실상과 허상을 간접적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이통사들은 통화요금은 회사의 주 수익원으로서 반드시 현재의 요율체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특히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 수가 4238만명(2007년 7월말 기준)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은 지난 2004년 이후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비록 현재로서는 이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가입자당 매출액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요금 인하가 당장 소비자들의 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인 면에서 볼 때 수익률 저하로 투자여력이 상실돼 통화품질 개선,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업체들은 그간 이동통신 인프라의 고도화를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이통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낸 요금은 수 조원대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사용됐고, 앞으로도 이 돈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요금 인하로 인해 이익률이 떨어지게 되면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한국의 이통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6% 수준에 그치는데, 휴대폰 이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9배(2004~2006년)에 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요금은 싼데 가입자들의 이용량이 많아 월 부담액이 자꾸 늘어나게 되는 것을 요금인하와 연결짓지 말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통업체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나친 요금인하 요구가 시장자율이 아닌 업계에 대한 또 다른 규제라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이통요금 문제의 핵심 원인을 현재의 요금 체계가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 위주로 책정됐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이통사들이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도외시한 채 투자 대비 수익 등 기업적 관점에서 이익률만을 고려한 요금제를 운영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통업체들의 요금구조에 문제가 있다"면서 "내년 3월이면 단말기 규제 조항이 철폐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 털어서 시장경쟁을 촉발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 발언의 이면에는 정부가 인위적인 간섭을 하지 않는 대신 단말기 보조금 같은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요금 인하에 반영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 장관은 동일한 이통사 가입자간의 통화요금을 할인해주는 '망내 할인'을 허용하고, 노인ㆍ청소년ㆍ장애인 등 소량 이용자들의 이동전화 요금을 30% 정도 할인해준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통사들이 수익률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 이익률은 평균 15%대로, 일반 기업 평균이 5.2%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약 3배에 달하는 이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원가 보상률'을 들여다보면 요금의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원가 보상률은 총 매출액 대비 원가의 비율로, 사업자의 기대수익를 포함하고 있다.

원가보상률이 100% 이상이면 요금이 적정이윤을 포함한 원가보다 높고, 100% 이하면 그보다 낮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통 3사의 원가보상률을 살펴보면 SK텔레콤 123%, KTF 105%, LG텔레콤 102%에 달한다.

3사 모두 적정 이윤 이상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녹색소비자연맹은 원가보상률을 통해 이통사들이 거둬들이고 있는 초과 이윤이 매년 4000억~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통 3사들이 투자비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통 3사의 지난해 투자비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3조1217억원이었지만, 마케팅비는 25%나 많은 4조1001억원에 달했다.

3세대(3G) 휴대폰 경쟁이 격화된 올 1ㆍ4분기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져 투자비는 6870억원을 집행한 반면 마케팅비는 두 배에 가까운 1조1860억원을 지출했을 정도다.

또한 도시근로자 가구 기준으로 2000년 7만4785원이던 월 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지난해 13만5040원으로 상승했다.

통신비는 외식비ㆍ교육비ㆍ교통비 다음으로 가계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한해 가계지출 가운데 통신비 비중은 7%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3.5배에 달한다.

정통부의 발표로 '요금 인하'라는 공은 이제 이통업체에 넘어갔다.

이통 3사는 현재 정부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인하 대상, 폭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요금인하 요구 목소리를 더욱 높일 태세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반드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걸음 나아가 정부의 지시나 시민단체의 압력 등이 '시장 왜곡'을 불러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서도 안된다.

가격인하만을 지상과제인 양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부메랑이 돼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요금의 직접적인 인하와 함께 결합상품 시장 활성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진출 확대를 통한 간접적인 요금 인하 정책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특히 기업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주고 시장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통신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이통요금 인하를 통해 소비자의 후생도 증대시키고, 통신업계도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정부는 무엇보다 그 같은 자율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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