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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多인종 한국선박 '불안한 항해'

최종수정 2007.09.12 10:57 기사입력 2007.09.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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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원 부족해 외국인 비중 늘어나...인권 침해ㆍ안전사고 등 위험에도 '울며 겨자먹기'

나날이 덩치를 불려가고 있는 한국 해운업체에 외국인 승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대형 해운사 뿐 아니라 원양 조업을 진행하는 선박에도 이미 외국인 선원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해운업계는 한국인 선원 부족을 호소하며 외국인 선원 고용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선원 증가로 인해 선상 인권 문제, 의사소통 장애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인 선원 양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등 문제 심각
해운업계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선박 당 해기사 1명, 하급 선원 7명 까지 외국인 고용을 허가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까지 미얀마 219명, 필리핀 192명, 인도네시아 123명, 중국 99명 등 총 633명의 외국인 해기사가 고용돼 한국배를 몰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외국인 하급 선원의 숫자는 4500명이 넘는다.

외국인 선원 비중이 늘어나면서 하급선원에 대한 학대, 인종 차별 등 심각한 문제점이 연이어 지적되고 있다. 보통 한 번 출항으로 수 개월 간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해운업의 특성상 선상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심화되기 마련.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지난 1997년 국내 모 업체 소속 '페스카마호'에서 일어난 조선족 선원들의 선상 반란은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장 등 나머지 선원 11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수장시켰다. 전원 체포돼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선상 반란의 원인이 한국인 선원들의 입에 담지 못할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승무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간혹 선원간 폭력사태로 비화되기도 한다"며 "위계질서나 명령 복종을 중시하는 특유의 문화에다 외국인 선원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도 폭행 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험이 산재한 해상 근무에서 승무원간 의사소통 문제는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선원 숫자 줄이기도 어려워
외국인 선원 고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산적했지만 당장 외국인 선원의 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인 선원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퇴직하는 해기사 수는 최근 수년간 매년 1600여명을 상회한다. 그러나 한국해양대학교 등 해양관련학과 및 학교에서 양성되는 해기사는 연간 1400명 수준. 전원 현장 투입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근로 강도가 높으면서도 고임금 직종으로 각광받던 해기사지만 임금 격차가 나날이 줄어들고 장기간 해상에서 근무한다는 점이 젊은 인력들의 발길을 돌려놓고 있다. 복지 수준도 일반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국내 모 해운사에서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임금 협상 등 노조활동이라도 하고 싶지만 전부 배를 타고 나와 있으니 처우 개선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젊은 직원들이 의무승선 기간만 채우고 배에서 내리는 일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몰아야 할 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주요 해운업체에 따르면 지난 2005년 546척이었던 국내 해운업체의 선박수가 2006년에는 611척으로 늘어났으며 오는 2010년까지 900척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체들은 당장 외국인 선원 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하지 않으면 해운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대책은 '제자리걸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장 상황과는 달리 정부의 대처는 안이하다. 정부는 올 초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오는 2012년까지 완전 폐지시키겠다고 나섰다. 해기사 근무로 인해 거의 유일하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 조차 폐지시키겠다는 것. 이에 국내 8개 해양 관련단체들이 적극 나서 승선근무예비역 복무 인정에 관련한 법안을 겨우 통과시켰다.

그러나 병무청과 해양수산부의 갈등은 통과된 법안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병무청은 병무 혜택을 받는 해기사들의 배치 문제를 병무청이 주관하겠다는 입장이며 해수부는 이를 해수부가 주관해 배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무청은 "해기사의 배치 권한은 과거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실시할 때부터 병무청이 가지고 있던 고유 권한"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해수부를 공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병무청이 애당초 2008년부터 시행되는 법령을 2011년으로 미루면서까지 해기사 배치권한을 독점하려 한다"며 "병무청이 이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해운업체들로부터 로비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부 부처간, 혹은 정부와 민간의 갈등으로 인해 한국인 선원 부족 문제 해결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선 등 정치적 변수들로 인해 승선 근무자 병역 인정 법안이 예정됐던 내년 1월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우경희, 황준호 기자 khwoo@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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