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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젼]공자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최종수정 2007.08.23 13:42 기사입력 2007.08.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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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희 행복도시건설청장

지난 2일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에서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붕괴돼 많은 사람이 숨지고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니애폴리스 교량붕괴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는 '성수대교 붕괴'라는 충격이 다시금 뇌리를 강타했다.

우리도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라는 수치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미니애폴리스 교량붕괴 사고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내가 느꼈던 참담함과 자괴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교량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1995년 1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을 설치해 교량 등 시설물을 관리해 나가고 있다.

특히 2년 단위 정밀점검과 정기적인 성능개선 및 보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장교, 현수교 등 특수교량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밀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47539;라는 말이 있지만 건설 분야에서의 한번 실수는 많은 인명피해와 그 파장의 크기로 인해 그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아무리 시설물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한 번 점검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나 미니애폴리스 교량붕괴 사건 등 그동안 발생했던 세계의 여러 교량 붕괴사고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다리 건설을 통해 성수대교와 같은 수치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량붕괴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나라는 어떻게 그 사고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어냈는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발생한 교량붕괴 사고 후 처리과정을 본받을 만한 좋은 사례가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와 기그항을 연결하는 '타코마 내로우 브리지'라는 현수교다. 이 다리를 설계한 레온 모이세프(Leon Moisseiff)는 당시 최고의 현수교 전문가로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등의 설계를 조언한 사람이었다. 타코마교는 전 세계 엔지니어가 사용하고 있는 '바람이 현수교에 작용하는 하중을 계산하는 방법'을 토대로 첨단공법이 적용된 다리였다.

그런데 타코마교는 약한 바람에도 물결치듯 진동이 심했다. 다리가 건설된지 불과 넉 달 만인 1940년 11월 7일 아침, 평상시와 같은 상하운동이 일순간 비틀림으로 변하더니 45분 동안 크게 요동치다가 그만 붕괴되고 말았다. 시속 190㎞의 초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다리가 불과 시속 70㎞의 바람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었다.

원인은 흔들림 현상 때문이었다. 모든 물체는 저마다 고유한 진동을 가지고 있는데, 타코마교 붕괴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됐다. 양쪽 교각에 연결한 케이블에 다리가 매달려 있는 형태인 다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약간의 흔들림이 생겼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진동이 다리 자체의 고유한 진동과 일치하는 바람에 움직임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붕괴로 이어져 버린 것이다. 바람과 구조물의  동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결국 다리 붕괴원인은 설계에 있어서의 실수로 밝혀졌지만 당국은 설계자인 레온 모이세프를 처벌하는 대신 이제까지 밝혀내지 못한 다리 붕괴원인과 대안을 연구하게 했다. 그 결과 공학설계에 진동이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됨으로써 교량기술의 진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타코마교가 붕괴된 사건이 당시엔 치욕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기술이 진일보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실패는 누구든 경험할 수 있다. 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하느냐다. 책임자를 적발해 처벌하기에 급급하거나, 빨리 덮어두려고만 한다면 또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기술 후진국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공자님도 일찍이 &47538;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허물을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47539;고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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