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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 만난 인연-은비령에 사는 김월령씨

최종수정 2007.08.22 12:18 기사입력 2007.08.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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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발길 뜸졌지만 은비령 바람소리가 '말동무'
20년째 은비령에서 필례식당하는 김월령씨


"수해로 손님은 줄었지만 시름 잊고 바람소리에 묻혀 사는것도 행복이죠"

   
모든것을 베푸는 숲처럼 넉넉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는 김월령씨
소설 '은비령'의 무대인 필례약수터 부근에는 20년째 필례식당과 은비령 쉼터를 운영하는 토박이 김월령(54)씨가 살고 있다.

식당 의자에 앉자마자 밝은 얼굴의 김 씨가 커피 한 잔을 뽑아 나온다. 식당은 손님 하나 없이 고즈넉하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어떻게 사는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수해 나기 전에는 많았죠. 복구공사가 끝나면 다시 많이 올 거"라며 "현재는 수해복구 하는 인부들 밥이라도 해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태평스럽게 말한다.

사실 김 씨는 지난해 강원도 지역을 강타한 수해로 많은 것을 잃었다.

알음알음 내설악의 비경과 약수를 찾는 사람을 위해 펜션을 몇 채 지었지만 수마로 다 쓸려가고 소위 알거지가 되었다.

그때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은 2000만원이 고작. 그 이후 적금을 해약한 돈으로 하루 하루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아픈 상처를 이야기하면서도 어두운 표정이 없다.

천성이 밝은 사람인지, 깊은 산골에 묻혀 살아서 그런 심성이 됐는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수록 가슴이 따뜻해진다.

식당을 둘러보니 한 쪽 벽면에 소설 '은비령'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둔 것이 눈에 띈다. 그 아래 진열장에는 삼지구엽주, 산머루주, 더덕주 등 이름표를 붙인 술병들이 가득이다.

"우리집 밥맛 좀 보겠냐?"며 김 씨가 필례정식으로 이름 붙여진 밥상을 차려 나온다. 이름도 생소한 각 종 산나물에 황태구이, 감자전, 메밀묵 등이 푸짐하다. 맛도 주인의 천성을 닮았는지 넉넉하고 맛깔스럽다.  

   
필례식당과 함께 붙어 있는 은비령 산장
인심 넉넉하게 담아낸 상차림을 맛 볼 사람들이 수해로 준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욕심을 부려봤자 산골에선 이뤄지는 것이 없다"며"그냥 바람 소리 벗삼아 찾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세상시름도 잊을 수 있어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가끔은 은비령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와서 하루, 이틀 묵어가기도 해 더 바랄것이 없다며 또 태평이다.

상처는 아물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힘으로 극복하는 그녀가 안쓰러우면서도 바둥바둥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 사람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은비령을 찾는 사람들은 넉넉한 마음과 후덕한 천성을 가진 그녀를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인연이라는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아 갈 수 있다.

조용준기자 jun21@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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