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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름답지 않은 '거짓의 국화꽃'

최종수정 2007.08.22 15:03 기사입력 2007.08.2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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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각으로 비난받았던 고(故) 미당 서정주 선생의 '국화 옆에서'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시다.

6년전쯤 이 시에 등장하는 '국화'의 상징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 '황국(黃菊)'을 뜻하며, 이것이 바로 일본 황실의 문장(紋章)인 일왕(日王)을 상징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한 송이 국화꽃'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니, 그 배신감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지조와 절개, 그래서 오상고절(傲霜孤節)의 상징으로 꼽히던 국화가....

최근 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우리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은 대개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오랜기간 노력해 성공의 꽃을 피운 기득권층이다.

하지만 꽃이라고 전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학력과 학벌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선택은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과 위선으로 잘못된 사회 풍조에 편승해 버린 그들의 선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들도 피해자라는 식의 동정론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얄팍한 속임수로 학벌주의에 무임승차해 '진짜' 피해자들을 서럽게 한 가해자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거짓은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낳더라도 결코 칭송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거울 앞에 선 누님' 이미지를 갖고 있던 한 유명 연극인이 30년간 학력을 속여 왔다고 며칠 전 고백했다.

그 역시 서릿발 퍼붓는 길을 외롭게 걸어 오늘의 위치에 올랐을 것이다.

가을의 초입이 머지않은 지금, 그에게 오상고절의 의미를 되묻고 싶다.

이석호 기자 barame@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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