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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환락의 도시] 밤의 천사들 <53>

최종수정 2007.08.20 12:58 기사입력 2007.08.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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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사기꾼이 틀림없고 이것 외에도 분명 또 다른 사기 건수가 있을 것이지만 그것까지는 알바 아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몰라보고 정말 죽을 짓을 했습니다."

"난 당신에게 명동이나 강남 사채시장에서 끌어온 돈을 갚으란 말은 하지 않겠소, 그렇지만 내 돈만은 갚아야겠지?"

"그럼요. 물론 갚아드리고 말고요."

"얼마를 갚아야 되는지 사장은 알고 계시나?"

"지금까지 이자를 다쳐서 후하게 드리겠습니다."

"허허. 지금 나하고 장난하나? 그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 지금까지 내가 당신들 때문에 겪어야 했던 심리적인 보상과 경비는 어떻게 할 거야?"

썰래는 눈을 치켜뜨며 소리를 쳤다.

어차피 사기꾼 놈의 돈이기 때문에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받아내려는 생각이다.

며칠 안으로 여권이 나오면 외국으로 튈 놈들이니까.

"얼마를 변상 하면 되겠습니까?"

사장은 썰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어렵게 말을 꺼낸다.

"지금 현금은 얼마나 가지고 있소?"

"오늘, 이 별장 잔금 받은 백만 원 권 수표로 8천 있습니다."

"그래요 솔직하시군, 그걸 전부 가져오시오."

전부 가지고 오라고 하자 부인은 잽싸게 소파에서 일어나 핸드백에서 수표가 들어있는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

별장 잔금은 부인이 조금 전에 받아 왔기 때문에 부인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봉투를 받은 썰래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은 내말 잘 들으시오?"

   
 

"네, 말씀 하십시오."

"당신이 가져간 원금 2억하고, 이자 3억 그리고 보상금 1억과 경비 1억을 내놓으시오.

수표8천은 지금까지 애들이 15일 동안 밤낮으로 이 별장 밖에서 보초선 수고비요."

생각 같아선 해먹은 돈 반을 뚝 떼어 내놓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양심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사기꾼들도 1년 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네, 드리겠습니다."

사장은 달라는 대로 줘버리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뿐이다.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 놨다간 뒤에서 언제 도끼가 날아올지 몰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달라는 대로 돈을 줘버리고 한건해서 4등분 했다 치면 되는 거라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 즉시 이 자리에서 텔레뱅킹으로 돈을 보내시오."

2억은 회사 통장 3개로 나눠서 보내고, 나머지는 6개의 통장으로 분산하여 보내라고 계좌 번호를 적어 주었다.

사장은 시킨 대로 돈을 보내고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힘껏 내 뿜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정도 에서 끝났다는 게 안심이 되었는지 모두가 새파랗던 얼굴색이 붉게 감돌았다.

"사장님이나 사모님 부장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하십시오."

썰래는 사무실로 전화해서 입금 되었다는 확인을 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는지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용서라니요. 제가 입장이 바뀌었다 해도 충분히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시 사기꾼 놈이라 남의 돈 가지고 선심은 지가 쓰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살벌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많은 대화 속에 커피 한 잔씩 마시곤 썰래는 애들을 데리고 별장을 나왔지만, 사장 일행들은 이 시간 이후 서둘러서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 손채주 글, 이창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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