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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시스템 확보와 새로운 변화

최종수정 2007.08.08 13:23 기사입력 2007.08.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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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회원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어느 골프장 사장은 수없이 쏟아지는 부킹청탁에 대해 "저도 회원이 아니라서 이 곳에서 골프를 칠 수 없습니다"라는 말로 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관계를 빙자한 마구잡이식 끼워넣기가 다반사인 한국적 현실에서 이처럼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골프장 회원권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축에 속한다.

10년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많이 회자되던 이야기는 부끄럽게도 '시스템의 부재'였다.

IMF 실사단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 평가기관이나 투자자들은 당시 위험관리를 포함한 어떠한 필터링(filtering)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국내 금융기관의 현실에 혀를 찼다.

당시 은행만 하더라도 정부의 지시에 의한 강압대출, 친소관계를 동원한 청탁대출, 그리고 형식적인 심사과정을 통한 부실대출로 얼룩져 있던 터라 제대로 된 금융기관으로 보였을 리가 만무했다.

통폐합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은행들은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웬만한 대형 은행들은 반기에만 1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으며 순이익증가율이 50%를 넘는 곳도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보험의 생산지수는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이쯤 되자 한때 외환위기를 몰고 왔던 금융산업이 이제는 국내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연초 은행장들이 하나같이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허리끈을 조이겠다고 선언했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더구나 정부의 부동산경기 안정화 방침에 따라 대표적인 판매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어들고 여수신금리 격차까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 더욱 의미있다.

단순히 수익성만 나아진 것은 아니다. 상반기 실적을 뜯어보면 대부분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과 관련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부실여신비율은 0.8%까지 떨어졌다.

시중은행에서 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지인에 이야기를 빌자면 이는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한다.

대출과 관련된 최종심사과정에는 정해진 멤버말고는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오직 제출자료와 담당자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은행장이라도 끼어들 틈이 없다.

나아가 대출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 제안자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웬만큼 자신있는 경우가 아니면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확보는 이제 겨우 안정성장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켰을 뿐이다.

은행들이 한단계 더 레벨업 되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지나치게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만 해도 문제다. 비이자수익 비중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 이번 실적발표에서 비이자수익 부문의 비중이 낮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처지는 성과물을 내놓았다.

'차려진 밥상'에 의존하다가는 금방 먹거리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또 해외시장 진출과 인수ㆍ합병(M&A) 등 보다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한 앞으로 어느 곳도 리딩뱅크를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성철 증권금융부장 scoh@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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