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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묻지마’ 투자에 ‘믿지마’ 경고

최종수정 2007.08.20 10:13 기사입력 2007.08.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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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온라인 투자 클럽 운영 혐의로 철창 신세도 … 목소리만 큰 자칭 투자 전문가들 활개

중국의 증시 활황으로 인생이 확 바뀐 사내가 있다. 전직 은행원으로 ‘전문 투기꾼’, ‘증시의 귀재’를 자처한 ‘다이터우다거’(帶頭大哥·큰형님) 왕슈제(王秀傑·33)가 바로 그다. 그는 주식·채권·선물·우표·골동품에 투자해 떼돈을 거머쥐었다.

왕은 ‘다이터우다거 777’이라는 주식 블로그를 운영했다. 블로그에서는 급증하는 ‘홍색 자본가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 봄 왕은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블로거로 떠올랐다. 2~7월 그의 블로그는 접속 건수 340만을 기록했을 정도다.

다이터우다거 777에서 ‘777’은 중국어로 ‘치치치’(起起起)처럼 들리기도 한다. 주가가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오른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왕이 불법 온라인 투자클럽을 10여 개 운영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왕은 온라인 클럽에서 130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 1000명 정도의 가입자에게 매수·매도 추천 인스턴트 메시지를 발송하는 서비스 대가였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13일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주식 거래 계좌 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8% 늘어 9500만 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인 중국 상하이·선전(CSI) 300 지수는 110% 올랐다.

투자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과 배당수익률 같은 것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많은 투자자가 왕을 비롯한 자칭 ‘전문가들’에게 의존한다.

오늘날 중국에서 증권 관련 TV 프로그램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는 내로라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출연해 현란한 차트와 그래픽을 선보인다.

웹에는 다양한 투자 사이트와 숱한 블로그가 존재한다. 증권사 CLSA 아시아·퍼시픽 마케츠에서 중국 포트폴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프레이저 하위는 이렇게 들려줬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문가를 자처하며 목소리만 높이면 그만이다. 걷잡을 수 없는 활황장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봐야 주목도 못 받는다.”

중국 본토의 증권사들은 많은 리서치 결과를 발표한다. 리서치의 질은 꾸준히 향상됐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보고서를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상하이에 있는 한 여행사에서 일하는 쉬원제(22)는 “보고서를 잃어봐도 솔직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6월 한 수력발전소 주식에 460달러를 몽땅 털어넣었다. 460달러는 현재 350달러가 됐다.

상하이 소재 펀드관리업체인 포티스 하이퉁의 최고경영자(CEO) 톈런칸은 “자칭 전문가들이 좋은 정보라도 갖고 있는 양 떠벌리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킨다”고 지적했다.

금감회는 순진한 투자자를 다이터우다거 같은 이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내부거래, 회계조작 같은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왕의 목소리는 이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의 뒤를 잇는 사람들이 분명 나타날 것이다.

왕은 이렇게 떠벌린 적이 있다. “흔히들 나를 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날 따라 투자하는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진수기commun@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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