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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최종수정 2007.08.07 12:28 기사입력 2007.08.0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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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용 환경부차관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과천과 강남을 지나 한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 양재천이다.

양재천의 옛 이름은 공수천으로 한강과 만나는 합류부는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여울이 잘 형성돼 동식물이 살기 좋았다. 백로가 자주 날아들어 이 일대를 학여울이라 불렀다.

양재천 남쪽에는 습지(갯벌)가 잘 발달되어 있어 개펄이라 불렀고 이를 한자로 개포(開浦)라 하였으며 이 지역이 현재의 개포동(開浦洞)이다.

1970년대 한강연안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양재천을 곧게 펴고 한강으로 흘러들던 물줄기도 탄천 쪽으로 바꾸었다.

1980년부터 개포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습지였던 땅과 양재천을 직강화하면서 생긴 땅에 대규모 신흥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산업화ㆍ도시화로 급속히 늘어나는 도시인구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단위 택지조성사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이 놀던 양재천의 수질은 V급수 이하로 떨어졌고, 콘크리트 호안 때문에 서식환경도 급격히 나빠져 양재천은 더 이상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하수천으로 전락했다.

양재천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주거환경도 좋지 않았다.

사실 이제까지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하천을 이용할 것인가에만 몰두하였다.

그 결과 하천의 고유한 모습은 훼손되었고 야생동식물의 서식환경도 파괴되었다.

하천 생태환경의 파괴로 하천의 기능은 저하되었고, 하천의 자정능력이 줄어들어 하천오염이 가속화되었으며, 결국에는 삭막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80%의 젊은이들은 하천은 원래 더러운 곳이라는 선입감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서 살아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강에 대한 추억이 없고, 수질오염사고를 보면서 자라 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하천만이 아니었다.

사실 요즘처럼 좁고 답답한 콘크리트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툭 터인 강은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이며, 유유히 흐르는 푸른 강물은 바라만 보아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또한, 동식물의 서식처로 단절된 생태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국토의 생태축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하천이 갖는 생태적 기능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독일ㆍ스위스에서는 1930년대부터 하천 정비시 자연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근자연형 하천공법'이라고 했다.

'고향의 강 모델 사업', '벚꽃 제방 모델 사업' 등 여러 이름으로 자연형 하천 정비사업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부터 2005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8900억원을 들여 전주천, 산지천, 안양천 등 225개의 훼손된 하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였고 복원된 하천은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양재천의 경우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흙으로 자연친화적인 호안을 조성하고, 수질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등 수생식물이 자랄 수 있는 본래 하천 모습으로 되돌렸다.

그 결과 악취가 나던 수질은 Ⅱ급수로 개선되었고 식물은 62종에서 174종으로, 동물은 10종에서 74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또한, 양재천변이 운동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서울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곳 중의 하나로 탈바꿈하였고, 일부에서는 이 지역 집값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양재천이 더욱 진정한 자연형 하천으로 평가받기 위하여는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자연적 식생이 최대한 확대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천생인생(川生人生). 하천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는 말이다. 양재천 복원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때 참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실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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