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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환락의 도시] 밤의 천사들 <44>

최종수정 2007.08.06 12:58 기사입력 2007.08.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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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 청계산 기슭 과천 벌 경마장에서 들리는 함성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한 열광적인 함성이었다.

또 다시 경주가 시작되기 전의 마권 발매소 앞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어버리고 행여 마권을 사지 못할까 하는 인파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모래 덮인 경주로는 말들만의 승부가 있기에 경마 팬들을 더욱 긴장 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독창적인 경험과 갈고 닦은 실력으로 한탕의 행운을 잡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만의 생각이다.

와아~ 또다시 한 바탕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 소리와 박수 소리, 바람을 가르고 뽀얀 모랫 먼지를 일구며 말 굽 소리와 함께 지나가는 그 순간만은 환희의 웃음과 아쉬움이 서로가 엇갈리고, 한숨과 희비가 교차되어 고개 숙인 허탈감뿐이다.

동균이는 7경주에 승부를 걸기 위해서 5층 특실 룸에 앉아서 경주를 보고 있었다.

"오빠, 일찍 왔나보네."

"어, 신애구나. 미라는?"

"응, 미라는 오늘 그 남자와 양가 상견례 하는 날이라 새벽에 집에 갔어."

"그렇구나. 그 남자가 맘에 든다고 하더니 결국엔 결혼을 하나보구나."

"미라가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어젯밤 술을 마시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나한테 미안 할 게 뭐가 있고, 울긴 왜 울어 결혼해서 잘살면 되는 거지."

동균은 미라와 사귀는 사이였지만 나이차가 있어 어린 미라를 놓아 주는 게 현명한 일이라 생각하고 당분간 만나질 않았었다.

더 깊은 정이 들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신애 왔구나."

"어, 썰래 오빠도 일찍 왔었나 보네."

   
 

"신애야, 다음경주에 사라는 거 조금만 사봐라."

"알았어. 오빠."

7경주가 시작되기 전, 동균이는 걸려온 전화를 받고 썰래에게 지시를 했다.

"형님, 오늘도 잘 못되는 게 아닙니까? 배당이 너무 큽니다."

썰래는 전광판을 보고 배당이 750배가 넘자 불안한 듯이 말을 했다.

"무슨 말이 많아. 빨리 빨리 움직여."

썰래는 동균이 지시를 받고 여기 저기 전화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개인당 마권을 살수 있는 액수가 한정이 되어 있어 각 창구마다 애들을 대기 시켜놓았기 때문에 애들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아무리 마권 판매가 한정된다 해도 동작만 빠르면 혼자서 몇 백정도 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러자 장영실도 여기저기 전화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발매가 끝나고 전광판 집계는 620배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형님, 바람이 샜는지 갑자기 620배로 떨어졌습니다.

누가 거액을 한 구멍에 박은 거 같은데요."

썰래 말을 들은 동균은 한 쪽에 앉아있는 장영실을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장영실은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욕심과 승부 근성이 있어 분명 거액의 마권을 샀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하든 이번 경주는 5번과 7번이 무조건 들어와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장영실은 빛에 감당하지 못하고 터지게 되면 가정은 풍비박산되고 이혼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한다.

드디어 게이트 문 열리는 소리가 총성처럼 들리면서 말들은 일제히 힘을 박차고 쏜살같이 빠져나온다. / 손채주 글, 이창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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