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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CEO들 "와인,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최종수정 2007.08.06 11:04 기사입력 2007.08.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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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거래선 확보를 위해 한국을 찾아나선 글로벌 정보기술(IT)회사의 임원 A씨. 그는 한국에 도착해 어느 중견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런데 이자리에서 이 중견기업 CEO는 한병에 500만원이 넘는 프랑스 와인 '로마네콩티'를 주문하고선 잔에 따른 와인을 벌컥벌컥 '원샷'을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다른 임원들까지 따라서 '원샷'을 하더라는 것. A씨는 "어떤 사람이 그런 기업과 믿고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와인 비즈니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다국적 모임이 잦아지면서 와인을 모르는 CEO는 '왕따'가 될 정도다.

바야흐로 '골프 비지니스'가 아닌 '와인 비지니스'의  시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국내 CEO 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11.6%가 '와인 지식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와인 지식은 어느 정도 중요하다', '가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답한 CEO도 각각 51.7%, 32.2%였다.

응답한 CEO가운데 무려 95%가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게 평가한 셈이다.와인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CEO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가장 선호되는 편법이 임시방편으로 수첩에 와인 리스트를 적어두는 것.

특히 '와인 관련 지식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CEO가 84%에 달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와인을 선택하라는 주문을 받을때'(33.9%), 와인의 맛과 가격을 구분하지 못할때(25.7%), 와인 용어를 잘 모를때(20.5%)등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절반은 와인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전문가 교육'(44.8%), '와인 친목 모임'(18.8%) 등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와인은 CEO가 받는 스트레스의 주범으로 꼽하고 있다.

◆와인스트레스 극복 '각양각색'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자신이 마셨던 와인 목록을 수첩에 잊지 않고 메모한다.  국내 한 중견기업 대표는 유명한 와인들과 그에 대한 설명이 담긴 내용을 축소 복사해 수첩에 부적처럼 끼워넣고 다닌다.

와인 전문교육기관을 찾는 사례도 많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운영하는 '와인문화 리더스 과정'을 졸업했다. 

3개월 코스로 최근 10기까지 배출한 이 과정은 현재까지 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히 현정은 회장은 부득이한 출장을 제외하곤 거의 100% 출석률을 보일 정도로 '와인공부'에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계 와인교육기관 WSET는 주류회사 CEO들이 단골 고객이다. 국순당 배중호 사장을 비롯해 김일주 수석무역대표, 성백환 리뱅트매일 대표 등이 이곳을 수료했다.

배중호 사장은 "주류회사 CEO들이라 와인을 꿰뚫고 있을거란 선입견이 많다"면서"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경쟁에서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EO들 "와인은 술이 아닌 문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소문난 '와인도사'다.  이회장은 지인들에게 종종 와인을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르도 메독 지방의 1등급 와인 '샤토 라투르'나 이탈리아 고급 와인인 '티냐넬로'는 이 회장이 모임에서 자주 선보여 '이건희 와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곤지암 골프장에 와인 저장고를 둘 정도로 와인을 좋아한다. 캘리포니아 와인 '오푸스 원(Opus One)'을 선호한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도 소문난 와인 애호가.  직접 와인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던 그는 칠레의 발디비에소사가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카발로 로코'를 즐겨 마신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도 생전에 와인을 즐겼다. 그는 생전에 회사 근처 와인바에 들러 이탈리아 안티노리사의 와인 '빌라 안티노리로소'를 자주 마셨다고 전해진다.

재계의 와인 마니아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와인을 즐겨 마신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프랑스산 '샤토 페트뤼스'를 자주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비즈니스에서 상태방에 맞춰 와인을 주문한다. 박 회장이 최고의 VIP를 만날 때는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쉴드'를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어릴때부터 집안에서나 유학을 통해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레 와인 문화를 익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jokim@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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