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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맛 나는 회사' 가보니… "발리에서 회의합시다"

최종수정 2007.08.03 15:11 기사입력 2007.08.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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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이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관광지에서부터, 커피,보석이름까지 회의실 이름에 독창성이 짙게 묻어난다. 기존의 A회의실, B회의실이 아니고, 1번 룸, 2번룸도 거부한다. 얼핏 작은 변화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이런 표현이 갖는 힘은 매우 크다. 새로운 에너지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듯 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낭만형 - "오늘 오후 미팅은 발리에서 합시다" "아니, 하와이가 낫지 않을까요"

발리, 피지, 하와이, 몰디브,세부.... 올 여름 한국유니시스 직원 김모씨(32)가 가 봤던 세계적 휴양지다. 그는 이어 곧 타히티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모씨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한국유니시스 직원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면 이 모든 일정을 다 끝낼 수도 있다. 사내 회의실에 이처럼 휴양지 명칭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강세호 한국유니시스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펀(FUN)'경영의 일환으로 기존의 '1회의실', '2회의실'의 무미건조한 회의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관광지명으로 바꿨던 것이다.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3시에 1회의실"보다 "3시에 몰디브에서"가 일단 훨씬 낭만적이다. 기분이라도 휴양지가는 느낌을 잠시나마 갖게 한다. 고객들이 회의나 상담차 방문할 때도 "야! 발리에서 회의를 다 해 보는군요"라며 한번쯤 웃을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회의를 부드럽게 시작하는 윤활유 역할도 한다.

토종 보안솔루션업체인 파수닷컴의 회의실 이름은 에스프레소, 블루마운틴, 카페라테, 모카치노등이다. 커피 마니아인 조규곤 대표의 제안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은은한 커피향이 나는 분위기에서 소프트한 아이디어들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다.

▲상징형 - 한국EMC(대표 김경진) 직원들은 모두가 산악인이다. 매일같이 국내 명산들을 오르내린다. 백두산, 금강산을 단 하루에 서너번씩 다녀올 수도 있다. 올 초 사옥을 역삼동으로 옮기면서 기존의 제품명에서 한국의 명산으로 회의실 이름을 바꾼 덕택이다.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이 어디 있겠느냐?"는 EMC사원들의 패기와 도전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EMC는 또한 고객 접견실의 이름을 '직지','연꽃마을' 등으로 정했다. 고객에게 자연스레 자사의 사회사업을 홍보하고, 관심을 끌도록 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은 프로젝트 회의를 할 때는 '하늘' '바다'로 향한다. 드넓은 그 곳에서 사고의 범위에 무한대로 넓혀보겠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별자리와 보석을 함께 사용한다. 9~19층까지의 각 층에는 별자리명을, 꼭대기인 22층엔 보석이름을 회의실 명패로 썼다. 카시오페아, 안드로메다, 케페우스등의 명칭은 왠지 신비스럽다. 무한한 비밀을 간직한 미개척지인 우주의 신비스러움과 미래지향적이고 기술지향적인 IT기업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HP직원들은 이 신비의 우주공간에서도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마천루의 보석룸으로 향한다. 보석같은 아이디어를 캐내기 위해서다. 왠지 토파즈, 사파이어, 오팔, 다이아몬드 처럼 빛나는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겠는가.

KT(대표 남중수)는 신사업추진본부 고객가치혁신센터(CVIC)라는 어렵고 딱딱한 이름을 버리고 '피터스 카페'라는 대서양 한복판의 카페를 회의실로 가져왔다. 각양각색의 뱃사람들이 한데 모여 정보를 교류하듯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실속형 - 야후코리아(대표 김진수)는 일체감을 강조하는 전략을 쓴다. 회의실 이름을 야후가 진출한 세계 각국의 도시 이름으로 부른다. "오후 2시에 서니베일로 모이세요"하면 야후의 본사가 있는 미국의 서니베일 이름이 붙은 회의실로 모이는 식이다. 글로벌 야후 가족들과의 동질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오라클(대표 표삼수)은 '2030' '2031'식으로 평범한(?) 번호가 회의실 문 앞에 붙어있다. 전세계 오라클 회의실은 그러나 이 번호가 중복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의 사무실에 앉아 홍콩 오라클의 회의실을 클릭 한 번으로 예약할 수 있다. 왠지 진부한 사무실 이름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이연호 기자 dew9012@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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