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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정통부 통신규제 정책 관전 포인트

최종수정 2007.09.28 12:11 기사입력 2007.08.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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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통신시장 개편작업이 조만간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전망이다. 내년 초로 예정된 재판매 의무화 조치가 신호탄이 될 공산이 크다.

KT, SK텔레콤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네트워크 개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부의 재판매 의무화 조치는 통신시장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뜨린 절묘한 카드였다.

더욱이 요금인하라는 명분을 앞세웠기에 이슈에 민감한 시민단체들도 침묵을 지켰다.

정통부는 통신시장 점유율 50%이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사의 통신망을 다른 사업자들에게 임대해주도록 의무화했다.

시장에 더 많은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서비스경쟁을 통해 요금인하를 도출해내자는 전략이었다.

한 예로,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점유율 50.4%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이 이통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들에게 무선망을 빌려주도록 의무화해 다른 사업자들도 관련 상품을 재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내전화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는 KT도 마찬가지로 자사의 유선망을 개방해야만 한다.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요금인하 이슈가 이번에는 '12ㆍ19대선'을 앞두고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는 근사한 용어로 포장된 채 등장한 것이 다를 뿐이다.

정통부는 '7ㆍ23 통신규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는 설비투자보다는 서비스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초점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T, SK텔레콤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은 그간 네트워크 설비 등에 엄청난 거액을 투자해왔다며 '무임승차론'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네트워크 설비 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일반 기업들에 자사가 힘들여 구축한 네트워크 망을 임대해주는 것이 억울하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결합상품 허용에 이은 재판매 의무화 조치는 유무선 통신사업자간 제휴는 물론 경쟁업체간 협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 같다.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T팩'을 공동 사용키로 한 SK텔레콤-LG텔레콤간 '협력적 경쟁관계'처럼 앞으로는 '적과의 동침'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

정유사나 은행, 신용카드사 등 고객 접점이 넓은 기업이 과감히 뛰어든다면 통신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다.

정통부의 통신규제 로드맵은 경쟁 자유화와 규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양날의 칼이다. 통신시장에 참여업체가 늘어 경쟁이 가속화되면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요금인하 압박을 가하는 효과도 있다.

새로 뛰어드는 재판매사업자는 요금인하나 추가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릴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어느 정도의 요금인하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서비스 품질저하 등과 한바탕 일전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처럼 설비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서비스품질마저 하락하는 설상가상의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통신설비 사업자들이 망을 깔면 의무적으로 재판매 사업자들에게 망을 개방해야 한다.

BT의 경우, 수십개의 재판매사업자들에게 망을 임대하는데, 이들 사업자가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의 속도는 10Mbps에도 못 미친다.

이미 지난해부터 100Mbps급으로 속도가 업그레이드된 한국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BT는 신규 설비투자를 게을리 하게 되고, 통신사업자보다는 그저 속편한 망 임대사업자로 남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2년 약정상품 판매시 사은품으로 50만원대 노트북을 공짜로 주는 것이 요즘 영국통신시장의 현주소다정부는 BT를 반면교사 삼아 경쟁강화를 통한 요금인하 정책이 품질저하라는 엉뚱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명쾌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동원 부국장겸 정보과학부장 dwkim@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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