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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펀드가입 못해 아우성...창구직원 점심도 걸러

최종수정 2007.08.01 10:59 기사입력 2007.08.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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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하루평균 10~20명 계좌 신설"
대부분 장기투자 일단은 긍정적 현상

지난 26일 낮 서울 월계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지점.

30대 중반의 한 주부가 한시간 가까이 창구 직원을 붙들고 펀드를 고르고 있다.

왼쪽 팔로는 아기를 안아 어르며 오른 손으로 간신히 펀드 약관에 서명한 그녀는 "주식의 '주'자도 모르지만 다들 펀드로 돈벌고 있다는데 오늘 아침 신문에 주가가 3000포인트까지 간다고 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은행을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 고객은 그동안 여웃돈으로 갖고 있던 머니마켓펀드(MMF) 통장과 아이들 세배돈을 모아 뒀던 140만원짜리 적금을 해약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펀드에 50만원을 넣었다.

나머지로는 여섯살 짜리 딸과 갓 백일을 넘긴 아들 이름으로 각각 '대한꿈나무주식' 펀드에 가입할 생각이다.


◆ "정말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신규 가입 늘어 = 주식형펀드가 넘쳐나고 있다. 은행 상담창구에서 예금을 찾는 고객은 사라진지 오래인 반면, 증권사 영업점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생겨났다.

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 25일부터 조정기를 거친 말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투자를 늘리거나 펀드에서 환매한 돈을 다시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고 있었다.

시내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며칠 전엔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던 한 고객이 급기야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돌아갔다"며 "먼저 온 다른 손님들이 많아 그 분을 붙잡지 못한 게 두고두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후 네시가 넘어 만난 여의도의 또 다른 영업점 직원은 "점심시간에는 내점고객이 더 많아져 밖에 나가 식사할 시간조차 없다"며 "오늘은 싸온 도시락도 못먹어 말할 힘조차 없다"고 푸념했다.

하나은행 석계역점의 배경숙 과장은 "소규모 아파트단지 앞에 위치한 우리 지점에서도 하루 평균 10여명 이상, 많을 때는 20분 정도가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며 "하지만 7월 들어서 펀드를 환매하러 오신 분은 거의 보지 못했고 수익이 안나는 해외펀드를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는 간간히 있다"고 전했다.


◆ 몸으로 '펀드' 체험한 고객들 … 입소문 타고 너도나도 가세 = 사회생활 5년차인 안모(28세, 여)씨는 3년 전 집앞 국민은행에서 '미래에셋3억만들기' 시리즈 중 하나에 가입, 현재 60%대의 수익률을 올렸다. 안씨는 올 초 중국펀드를 하나 추가해 10% 후반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녀는 "처음엔 펀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창구직원이 추천하는대로 시작을 했다"며 "지금이 고점인 만큼 환매해 차익실현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막상 그 돈을 당장 어디에 다시 투자해야 할지를 몰라 좀 더 들고 있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근무한다는 천모(30세, 남)씨 역시 "막연히 은행이자보다 높으려니 싶어 가입한 '현대HR30주식혼합형'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 펀드가 각각 투자기간 3년과 10개월만에 20~30%대의 수익을 거웠다"며 "부동산에 투자할 목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월급쟁이에겐 이만한 투자가 없다"는 펀드 예찬론을 폈다.

대단한 수익률을 올렸다는 주변 사람들의 자랑에 배가 아파(?) 뒤늦게 펀드 계좌를 손에 쥔 고객들도 있었다.

최근 일주일간 주가지수가 가장 낮았던 27일 오후, 여의도 한 증권영업점에서 만난 조모(50대, 남)씨는 "펀드에 10억원을 넣고 두 배로 불렸다는 친구 말을 듣고 보니 신탁통장 하나 들고 있는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며 "수년 전 주식으로 크게 데인 적이 있어 내심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쳤는데 오늘쯤엔 들어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30분 넘게 차례를 기다리고 또다시 30분 가량 상담을 받으며 고민한 뒤 보유하고 있던 1억원 짜리 MMF 계좌를 털어 '미래에셋인디펜던스'와 '아시아퍼시픽인프라섹터', '솔로몬차이나' 펀드 세 가지에 가입했다.


◆ 펀드 장기투자 확산 … 일단은 '긍정적' = 펀드 계좌 수가 급격히 불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장기보유를 계획하고 있고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보이고 있는 점은 상당히 다행스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에서도 대박이 가능하다는 걸 목격한 탓인지 국내 투자자들이 예상 외로 인내심 있게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기보다는 이제부터가 발열 단계라고 해석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가입이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립식펀드가 투자의 대세라 해도 아직까지 펀드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가 훨씬 더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가구당 평균 펀드 한계좌씩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상 2~3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있음을 고려할 때 아직 펀드가 보편화됐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가지수가 2000포인트 아래로 하락하면서 일시적인 조정은 펀드 가입을 고려중인 투자자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고원종 하나대투증권 대치역지점 부장은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동안 펀드 가입에 부담을 느꼈던 고객들이 지난 주 후반 국내 주식형 펀드에 많은 관심들을 보였다"며 "재테크 자금의 30~50%를 펀드에 투자하되 적립식 혹은 분할 매입하는 전략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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