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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 '시장 자유화조치'에 벙어리 냉가슴

최종수정 2007.07.25 10:42 기사입력 2007.07.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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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의견ㆍ고충 충분히 반영안돼 억울"
반발모습 비치면 괘씸죄 물을까 전전긍긍

정보통신부의 이른바 '통신시장 자유화 조치'가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재판매 의무화 등 예상보다 훨씬 강한 정통부의 '규제 펀치'에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눈치다.

국내 유무선 통신강자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대표 남중수)와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겉으로는 태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꺼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직원들마다 인적 루트를 총동원해 이번 정통부의 발표 내용이 자사의 각종 사업에 어느 정도 크기의 후폭풍으로 다가올지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사업부별로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호떡집에 불난 것' 처럼 분주한 모습이다. 재판매 의무화  등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정책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 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메가톤급 발표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일단 기선을 제압했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4개월 가량 남아 있고, 법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통과되더라도 어떻게 수정될 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T,SK텔레콤 양사는 정통부의 '자율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 요금인하 유도'라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통부가 '요금인하'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기업의 의견이나 고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통신정책 전반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통부의 심기를 행여 거스를까 공식적으로는 불만 표출을 자제하고 있다. 규제와 제재라는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정부를 상대로 기업체가 감히 맞서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끔찍한 일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정책과 관련한 주요 이슈가 생겼을 때 한 마디라도 잘못하면 정통부에 깨지는 것 보다 내부 웃선에서 일단 책임 소재를 묻는 바람에 더더욱 아무 말도 하기 어렵다"며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속담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나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입장이 이렇다라고 말할 것이 없다"면서 "사내에서 일단 여러 가지 내용을 놓고 고민중이다"라고 언급했다.

KT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3일 제시한 입장 이외에 더 말할 것이 없다"면서 "어떻게 이 사태에 대응하며 문제를 풀어나갈지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할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KT와 SK텔레콤은 국가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쏟아부은 거액의 투자비와 노력을 정부가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은 채 너무도 쉽게 재판매 시장을 열어줬다는데 대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KT의 경우, 창사 이래 현재까지 네트워크 포설 및 운영 등에 투자한 금액이 무려 40조원에 달한다.특히 최근 10년간 매년 2조원 내외의 거액을 유선망 업그레이드에 쏟아부을 정도록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SK텔레콤도 2000년대 들어 매년 1조원 가량을 망 업그레이드와 통화품질 향상에 투자하는 등 2세대(2G) 서비스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에만 10조원, 3세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까지 합하면 그 보다 훨씬 많은 거금을 기본 인프라 구축ㆍ운영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전광석화같은 통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한국이 현재의 IT강국으로 올라서기까지 KT, SK텔레콤과 같은 통신업체의 과감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초석이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공은 도외시 한 채 일부 시민단체와 후발 사업자들의 주장에만 경도돼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독점 등 문제점만 부각시키려 한데 대해 안타깝다는 것이 양사의 반응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이 유ㆍ무선 사업을 독점했던 공기업 태생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지배적 사업자로서 후발 사업자들은 엄두를 못 냈던 전국적인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고도화 및 통신분야 신기술 개발을 선도했다는 순기능도 많이 담당해왔다"면서 "향후 재판매 사업자들이 대거 진입해 통신시장이 설비투자 위주가 아닌 서비스 위주로 바뀔 경우, 앞으로 중장기 미래를 내다본 투자는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사는 또한 정통부의 정책이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이후 벌어질 '사후 사태', 즉 경쟁 과열로 인한 소비자 피해, 서비스 기업의 부도 등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 없이 무작정 길만 열어줬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 통신사업자 등 수백개 기업이 난립하는 국제전화 서비스 시장이 대표적 사례다. 국제전화 시장은 상위 10대 기업을 제외하면 업체별 매출액과 시장 점유율이 어떤 상황인지 정통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어수선하다.

지금은 많이 수그러졌지만 별정통신사업자들이 벌이고 있는 휴대폰 재판매사업은 '휴대폰 다단계'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가입자는 물론 가입자 모집인까지 피해를 보는 후유증을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별정통신업체들의 불공정 기업행위로 입은 피해가 고스란히 망을 임대해준 이동통신업체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점이다.

정통부가 요금인하라는 목표에만 초점을 맞춰 통신시장이라는 큰 그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경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채명석 기자 oricm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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