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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CEO 열전] 김왕기 본부장이 본 정의동 회장

최종수정 2007.07.25 10:58 기사입력 2007.07.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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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처럼 음미할수록 깊이 느껴져

끼안띠(Chianti)란 이태리 와인이 있다.

전통 있는 토스카나 지역에서 산지오베제(Sangiovese)란 포도로 만드는 것으로, 값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상큼한 향과 깊은 맛을 지니고 있어 초보자나 전문가 모두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서민적이면서도 품격을 겸비하고 있으며, 음미할수록 맛이 깊이를 더해 세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의동 회장을 와인에 비유하자면, 끼안띠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편하고 친근하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균형 감각과 경륜, 배려와 근성, 부드러움과 리더십을 갖춘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일선 기자로 재무부를 출입하던 80년대 초. 벌써 25년이나 됐다. 시작은 출입기자와 관료였지만 지금은 형이라고 부르며, 어려움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정 회장은 폼을 잡지 않는다. 그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미 밴더빌트 대학원과 뉴욕 총영사관 등에서 국제 감각도 쌓았다. 코스닥 이사장,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등을 거친, 민관 양쪽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화려한 경력으로 보면 적당히 폼을 잡을 만도 하건만 그는 그렇지 않다. 낮은 자세와 겸손함, 이웃 아저씨같이 편안한 미소가 그의 트래이드 마크다.

골프를 쳐보면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싱글 골퍼다. 그러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골프 매너와 배려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동반자에게는 너그럽다. 잘 챙겨주고 편하게 해준다. 가장 배우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가정에서도 애처가다. 아니 경처가라고 해야 할까? 미인 부인모시고 사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놀리긴 하지만 그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정도 많은 사람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만으로 그를 판단하다간 큰 코 다친다. 그는 고집이 세다. 논리와 주관도 분명하고, 아는 것도 많다. 판단력도 빠르고 해군 장교 출신답게 뚝심도 있다.

정 회장 리더십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군림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는 토론을 즐긴다. 상대 주장이 맞다고 생각되면 받아들이지만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는 증권예탁결제원의 사장이 된 후 전 직원을 상대로 릴레이 면담을 가졌다. 그리고 내부 문제를 파악한 후, 과감하게 연공서열의 인사시스템을 성과 위주로 뜯어 고쳤다.

모기업인 증권거래소와 끝없는 씨름과 토론을 거쳐 예탁원의 30년 숙원인 청산결제와 소유 구조 문제도 해결했다.

정 회장은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다. 놀기 좋아하고 잡기에도 강하다.

중학교 때 배드민턴 선수도 지냈고 재수때 배운 바둑은 1급 수준이다. 요즘도 영화 얘기가 나오면 언제 그렇게 다녔는지 안 본 작품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사고와 행동의 폭이 넓다는 얘기다. 이런 폭이 그의 통찰력과 깊이의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폭넓고 신축적인 통찰력을 가진 선배, 그러면서도 원칙을 중시하는 의동형이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역시 정의동"이란 찬사를 들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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