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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환락의 도시] 밤의 천사들 <34>

최종수정 2007.07.23 12:58 기사입력 2007.07.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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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잔뜩 겁을 먹고 잽싸게 일어나 잘못했다고 빌었다.

"다 알고 좋게 얘기하는데 끝까지 오리발이냐 새끼야."

사장은 동균의 다리를 붙잡고 용서 해달라고 사정한다.

이정도면 사기꾼 기를 완전히 꺾은 것이다.

방안은 난장판이라 정 이사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은 거짓 하나 없이 솔직하게 얘기를 털어 놓는다.

생각했던 대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오늘 부도만 막아주면 충분히 보답을 하겠습니다."

사장을 믿을 수없다.

계획적으로 유령회사를 차려 한탕 해 먹고 튈 놈이기 때문이다.

담보는 없고 현재 타고 다니는 차밖에 없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 할부로 뺀 차지만 매매해 명의 이전이 가능하나 담보 가치로는 별로다.

"보답을 해 주시겠다."

"내일 당장 다른 사채 사무실에서 자금을 땡겨 결재를 해주겠습니다."

동균은  미스 장을 시켜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여사를 올라오라고 시켰다.

"만약, 오늘 어음을 막아준다면 어떻게 보답을 하겠소?"

"해달라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좋소, 그럼 내일 오천을 막으시오.

그리고 당신차를 우리 애들 앞으로 이전 시켜주시오."

   
 

내일 오천을 막으라는 것은 원금 삼천에 하루 이자가 이천, 타고 다니는 승용차까지 달라는 얘기다.

"내일 결재하라면 딱 하루 쓰는 건데, 이자가 너무나 비쌉니다. 거기다 차까지."

"이자가 비싸시다. 음, 할 수 없군요. 부도를 내는 수밖에."

이미 사기꾼으로 약점이 잡혀버린 이상 그 정도는 양호한 것이다.

이자를 삼천을 부르려다 이천으로 봐 준 건데 그걸 모른다.

"좋습니다. 그럼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사장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건을 하나 내세웠다.

"조건? 무슨 조건이오?"

"오늘일은 우리들만 아는 걸로 해주십시오."

사장의 단 하나 조건이었다.

다른 사채사무실에 소문을 내지 말라는 그런 말이다.

큰 돈은 마지막 단계로 사채시장에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겠지만 그 문제까지는 알바 아니다.

"약속 하겠소, 내일 은행 창구 지급제시 할 테니 오늘날짜로 어음 오천짜리 한 장 끊고 자동차 이전 서류를 지금 준비 해주시요."

"모든 서류는 차에 전부 있습니다만, 당장 내일부터 움직이려면 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사기깨나 치고 다닌다는 사람이 참, 답답하십니다.

내일 당장 렌터카에서 더 좋은 차를 빌려 타시면 더욱 품위가 있어 보여 자금을 빼는데 더 좋잖습니까?"

동균은 사장이 하는 짓이 답답했다.

오히려 사기꾼보단 한수 위라서 가르쳐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그렇군요."

사장은 동균이의 세밀함에 혀를 차며 놀란다.

공자 앞에서 문자 한번 쓰려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고, 하필이면 걸려도 개같은 새끼한테 걸렸다는 생각이다. / 손채주 글, 이창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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