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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300년 세월 품은 신비로운 연못 주산지

최종수정 2007.07.11 14:17 기사입력 2007.07.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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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자연이 빚은 솜씨에 황홀

   
 
경상북도 내륙 깊은 곳에 자리잡은 청송은 예부터 궁벽한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청송이란 이름부터가 그런 냄새를 짙게 풍긴다.

여기에 청송하면 생각나는 '청송 교도소'도 한 몫하고 있다. 한반도의 내륙을 관통하는 도로가 거미줄처럼 생겨도 아직 청송은 우리에게 낯설고 쉽게 마음이 가지않는 곳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멋을 아는 이라면 태고의 신비를 품은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맑은 공기와 물, 봄의 수달래, 가을 단풍, 여름의 짙은 녹음으로 사계절 내내 절경을 그려내는 주산지는 찾는 이의 심신을 맑고 청아한 자연인으로 만들어준다.

◆태고의 신비로운 연못-주산지
지난 주말 향기를 뿜어대는 절정의 녹음과 물, 파란 하늘을 품고 있는 주산지를 찾았다.

   
 
사실 여름철 주산지여행은 내키지 않은 곳이다. 여름이면 물을 농수로 사용하기에 바닥을 보일정도였어 신비로운 주산지를 느끼기엔 2% 부족하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토박이 임용성(60)씨는 "올해는 어느때 보다 수량이 풍부해 녹음과 어우러진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유혹했다.

주차장에서 호젓한 산길을 800m 정도 걸어 들어가 만난 주산지는 임 씨의 말대로 신비로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수량이 풍부한 연못에 마른 나무가 떠 있다. 몸뚱이는 물 밖으로 내놓았지만 뿌리는 물 속에 깊이 박여 있다.

나무는 물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운채 물 위와 물 표면에 또 하나의 닮은꼴 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황홀하다. 아니 세 치 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밀려온다.

주왕산 국립공원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주산지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조선 숙종(1720년) 때 하류지역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둑을 쌓았고 이듬해인 경종 원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둑 옆 비석엔 '둑을 쌓고 물을 막아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잊지 말자'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주산지의 보물은 300년 묵은 왕버들이다. 물 속에 잠긴 것도, 물 밖에 나온 것도 왕버들이다. 물안개가 아스라이 깔리는 새벽녘에는 왕버들이 짙은 초록이 산그림자와 함께 어우러져 신비감으로 황홀하다. 

호수에 밑둥치가 잠긴 왕버드나무는 가지가 축축 늘어진 여느 버드나무와 달리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치고 있다. 초록옷을 입은 고목의 울퉁불퉁한 줄기는 물그림자로 수면에 고스란히 비친다.

산책길을 따라 100m 정도 가자 나무테크로 꾸며놓은 전망대가 나타났다. 주산지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명당답게 왕버드나무와 연못이 빚어내는 태고의 절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주산지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선보인다. 봄엔 온통 신록으로 뒤덮이고 여름엔 울창한 녹음을 선사한다.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을 뽐내며 겨울엔 순백의 이미지들이 왕버들을 감싼다.

   
 
주산지가 외부의 눈길을 받은 것은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촬영은 주산지에 50여평 규모의 바지선을 띄우고 그 위에 암자를 지었다.

영화 속엔 주산지의 아름다운 사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트장은 자연보존을 위해 촬영 직후 철거돼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한참 동안 물 속에 잠긴 나무와 그 그림자를 지켜보는 사이 저녁 노을이 주산지를 비춘다. 산 그림자가 살포시 내려 앉은 주산지에 묘한 적막감과 평온함이 밀려온다.

노을진 호수의 한 가운데서 쪽배를 타고 까까머리 동자승이 저녁 공양을 청하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청송=글ㆍ사진 조용준기자 jun21@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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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가는길=중앙고속도로 이용해 서안동IC를 나와 우회전해 3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안동 시내를 지나 40분 정도 가 진보에서 31번 국도를 이용해 청송으로 간다. 읍내를 지나 914번도로 영덕방향으로 6㎞ 정도 가다 부동면소재지 전 사거리에 주산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1.5㎞ 정도 가면 된다. 문의(054)873-0014~5

   
달기 약수로 만든 닭죽과 백숙
▲먹거리=주왕산 관광단지에는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칼국수 등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인근 달기약수는 철분이 섞여 있어 마시면 톡 쏘는 맛이 별미, 이 약수로 끓인 백숙이나 죽 등도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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