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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브리핑] 채권시장 짓누르는 단기외채 규제 움직임

최종수정 2007.07.11 10:58 기사입력 2007.07.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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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 최석원 채권전략팀장

지난 몇 주간 정책당국이 시장금리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요즘 채권시장은 정부가 단기 외채와 관련된 규제를 마련 중이라는 소식을 앞두고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을 잡기 위해서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늘어난 탓이다.

사실 단기 외채 문제가 채권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정책당국은 외국계 은행 지점의 단기 외화 차입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달러화를 차입해 이를 통화스와프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고, 바꾼 원화로 국내 채권을 매수하는 투자를 반복하면서 단기 외채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단기 외채 규모는 176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렇다면 정책당국은 왜 이런 거래가 불만스러울까? 세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단기 외채의 급증은 유사시 유동성 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단기 자금을 꿔서 장기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어떤 이유로 자금 회수 움직임이 나타나면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둘째,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조달된 달러 자금은 원화로 바뀐 이후 시장에 남아 환율 하락을 부추긴다. 게다가 현재의 환율 하락은 다시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켜, 미래에 달러를 받는 수출업자들의 선물환 매도를 부추긴다. 그리고 선물환 매도가 늘면 통화스와프 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를 조달하는 비용이 줄어든다. 외화를 차입해 원화로 바꾸고 이것으로 국내 채권을 사는 거래의 기대수익이 높아져, 단기외채가 더 늘어나는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셋째, 국내 유동성이 늘어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다.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시장을 거쳐 외환보유고로 들어가고, 결국 그 만큼의 원화 유동성이 풀린다. 통안증권을 통해 일부 흡수하지만, 이 경우 한국은행의 이자지급 부담이 늘어난다. 그런가 하면 외화 차입을 통한 국내 채권 매수는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상쇄한다.

따라서 정책당국 입장에서 볼 때 단기 외채의 증가는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줄어 원화 절상이 막히고, 국내 유동성의 증가도 억제되며, 통화 긴축 하에서도 시장금리 상승이 억제되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규제에 따른 효과가 모두 금리를 끌어올릴 만한 것이라 긴장할 수 밖에 없다.물론 좀 더 길게 보면 국내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원화 값 상승은 막겠다는 정책당국의 의도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경기 확장국면에서야 별 일 없겠지만, 경기가 수축국면에 들어서면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원화 값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경기 확장국면에 들어선 지금이 그나마 불만스러운 단기 외채를 규제할 만한 시기로 보일 테니, 당분간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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