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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 "우리에게도 편의시설을"

최종수정 2007.07.10 14:39 기사입력 2007.07.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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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흡연을 해 온 직장인 김모(35)씨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주변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인근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멀찌감치 떨어져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흡연을 할 때도 담배 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담배를 피울 때면 왠지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수 차례 금연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끊지 못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일했던 기억은 까마득한 과거의 일처럼 여겨질 뿐이다.

흡연 인구를 줄이려는 정부의 금연정책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흡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애연가들의 볼멘 목소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금연구역 확대를 선언하면서 '어디에도 마음 놓고 담배피울 곳이 거의 없어졌다'는 자조섞인 불만이 많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황규식 사무국장은 10일 "규제만 강조하는 금연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간접흡연을 줄이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흡연자들이 에티켓을 지킬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부터 서울시내 모든 버스정류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인데,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흡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흡연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정책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 협회에는 최근 담배꽁초 투기를 함정 단속하는 것에 대한 불만 전화가 크게 늘었다.

회사원 최모(40)씨는 "명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서 담배꽁초를 버리다 적발됐다"며 "길거리에 세워놓고 죄인취급을 당해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모(45)씨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꽁초를 버릴 곳이 없어 고생한다"며 "휴대용 재떨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담배소비자보호협회가 지난해 서울시내 주요 길가와 간선도로 250㎞ 구간을 조사한 결과, 1997년 670m에 1개꼴로 있던 길가 쓰레기통이  1.8㎞ 당 1개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5년 7600여개 였던 길거리 쓰레기통은 지난해 4000여개로 줄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공중시설 1047곳 가운데 쓰레기통이 설치된 곳은 130여곳에 불과하다.

황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한 해 동안 7조원에 이르는 담배관련 세금을 거둬가면서 흡연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정경진 기자 shiwall@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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